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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올해 겨울월드컵 변수에 따른 리그 과밀 일정으로 ‘대표 차출 딜레마’에 놓였던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 결국 A대표팀이 참가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다만 선수 차출 규모나 방식에 대해서는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 및 K리그 각 구단이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KFA 고위 관계자는 23일 본지를 통해 “동아시안컵엔 A대표팀이 출전한다. 다만 올해 여러 특수성을 고려해 특정 팀에서 대거 차출하는 것 등 논란이 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복수 구단 단장, 사무국장도 “(동아시안컵)A대표팀이 가는 것으로 들었다. 차출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조율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 7월 중국에서 예정된 동아시안컵은 EAFF가 주관하는 대회로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됐다. 이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어서 유럽파 선수 의무 차출 규정이 없다. 대체로 자국 및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로 팀을 꾸렸다. 최정예 멤버가 참가하지 않으나 한·일전 등 관심사가 큰 경기를 통해 팬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월드컵 시즌’에 열릴 땐 A대표팀 사령탑이 핵심 전력인 유럽파 외에 가능성을 지닌 선수를 발굴하는 장으로도 삼았다. 올 11월 예정된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한 벤투 감독도 이번 동아시안컵을 마지막 ‘국내파 옥석 가리기’ 무대로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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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월드컵이 기존처럼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열리면서 변수에 직면했다. K리그 뿐 아니라 J리그 등 춘추제를 시행하는 아시아 리그는 2022시즌을 조기 개막해 월드컵 개막 전에 끝내는 일정을 잡았다. K리그는 지난 19일 1~2부 모두 개막했으며, 10월까지 승강 플레이오프 등 모든 일정을 마친다. 그간 3월 개막해 12월까지 진행된 것과 비교해서 빡빡한 일정이다. 게다가 올해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뿐 아니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이 맞물려 예비 일이 턱 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 여파에 휘청거리면 완주가 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동아시안컵은 7월19~27일 열리는데 프로연맹은 과밀 일정으로 이 기간 리그를 정상 진행하기로 했다. 동아시안컵 개막 전 대표팀 소집 일정을 포함해 K리그1 22~24라운드, K리그2 27~29라운드와 맞물린다. 1~2부 모두 3경기다. 또 K리그1 25라운드와 K리그2 30라운드는 각각 7월29일과 30일 이어지는데, 동아시안컵 참가 대표 선수는 상황에 따라 최대 4경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벤투 감독은 국내파 위주로 꾸려야 할 때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 등 특정 구단에서 대거 차출했다. 지난 1월 터키 전지훈련 및 평가전 기간엔 전북, 울산 외에도 김천 상무에서도 6명이나 선발했다. 기존 선수를 꾸준히 관찰하는 벤투 감독 성향상 이번 동아시안컵도 세 팀 자원 위주로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안컵 변수로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이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프로연맹은 자칫 동아시안컵 차출과 맞물려 특정 팀이 피해를 보거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 등을 우려해 지난해 말부터 KFA에 올해 대회엔 U-23 대표팀(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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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AFF는 후원사와 계약 요건 등을 근거로 참가국 협회에 최상위 대표팀 차출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 내에서 이번 동아시안컵에 U-21(파리올림픽 세대) 자원을 내보내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런 분위기에 지휘봉은 A대표팀을 이끄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KFA는 예정대로 A대표팀을 출전시키는 것으로 정리했다.
설령 U-23 대표팀을 내보낸다고 해도 또다른 우려 목소리가 존재했다. K리그2 일부 구단은 U-23 멤버가 핵심으로 뛰기 때문이다. 이 팀은 동아시안컵에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여름 내내 주력 선수를 보내면 1부 승격 경쟁에 애를 먹는다. 현실적으로 ‘벤투호’가 출전하되, U-23 연령대 선수로 구성하든 각 팀당 차출 인원에 제한을 두든 기존 ‘국내파 A대표팀’ 차출 방식을 조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프로연맹 측은 “일단 KFA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받지 않았다. 분명한 건 동아시안컵으로 리그 일정을 조정할 여지는 없다”며 “최대한 (차출) 문제 해결과 관련해 (벤투 감독의) 전향적인 자세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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