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20311_182305809
대한민국 파라스노보드 선수단.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베이징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대한민국 파라스노보드 선수들의 베이징 도전기가 끝났다.

이충민(36·충북장애인체육회), 이제혁(25·서울시장애인체육회), 박수혁(22·대한장애인스키협회) 등 한국 파라스노보드 대표팀 선수들이 11일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이 첫 패럴림픽인 ‘농부 스노보더’ 이충민은 이날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스노파크에서 열린 뱅크드 슬라롬 상지장애(SB-UL) 결선에서 17명 중 12위를 했다. 평창에서 22위를 했던 박수혁은 14위로 뛰어올랐다. 비장애인 스노보더 출신 이제혁은 하지장애(SB-LL2) 결선을 25명 중 16위로 마쳤다.

뱅크드 슬라롬은 기문이 설치된 코스를 내려오며 기록을 겨루는 종목이다. 2018 평창 패럴림픽에서 채택됐다. 이충민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앞서 보드크로스 경기(14위)보단 긴장은 좀 덜했는데, 제가 준비했던 실력을 못 보여 드렸다”며 “자신 있게 해보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됐다”고 했다.

이충민은 “이렇게 큰 대회를 나오게 된 것도 영광이고, 여기서 교훈을 많이 얻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멘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도 유심히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게끔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학에서 경호경찰학을 전공한 이충민은 2012년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사고 후 내성적으로 변했던 그는 결혼 후 지인 권유로 장애인체육을 시작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두 딸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스노보드를 시작했다고 한다. 2019년부터 국내외 주요 스노보드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태권도 선수로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메달을 따내는 등 활약 중이다.

이충민의 본업은 농부다. 2011년부터 충북 진천에서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회를 앞두고 ‘농부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가 현재 농사짓는 대표적 품목은 상추다.

그는 “상추가 고깃집이나 횟집에서 많이 나가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품질 좋은 상추를 생산해도 판로가 잘 열리지 않다 보니 저희 농민들이 많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인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사람들한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박수혁은 선천적 장애로 오른손이 없다. 어릴 때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는 그를 안타깝게 여긴 복지사가 운동을 권했고, 박수혁은 게임 속 축구 선수 존 테리처럼 멋지게 뛰어보고 싶어 육상을 시작한 뒤 2015년 스노보드로 종목을 바꿨다.

박수혁은 “평창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가는 대회라고 하면, 이번 베이징 패럴림픽은 그때보다 실력을 좀 더 쌓고 임했던 것 같다”며 “만약에 다음 대회에 나가게 된다면 더 열심히 준비해서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고 했다.

스노보드 훈련 중 부상과 2차 감염으로 장애를 얻은 이제혁은 보드크로스가 주 종목이다. 그는 “뱅크드 슬라롬은 크게 자신 있는 종목은 아니라서 그냥 제 실력만큼 탄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코스가) 전에 연습했던 것보다 훨씬 더 타이트해서 사실 좀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잘 탄 것 같아서 괜찮다”고 했다.

그는 “만약에 뱅크드 슬라롬 경기를 먼저 하고, 보드크로스가 나중이었다면 긴장이 풀려서 보드크로스를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며 “4년 동안 많이 노력하고 발전해서 다음 패럴림픽에서는 ‘이제혁 메달 확정’이라는 느낌을 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