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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한 지붕 아래 극과 극 시청률이다. 남자 주인공의 ‘기억상실’이란 장치를 공통적으로 사용했으나 KBS2 ‘신사와 아가씨’가 연일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 40% 돌파를 목전에 둔 반면, KBS2 ‘크레이지 러브’는 시청률 1%대를 면치 못했다.

지난 1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 48화는 전국 시청률 38.2%를 기록했다. 현재 방송 중인 모든 프로그램 중 단연 1위다. 반면, 월화극 ‘크레이지 러브’ 3화는 전국 시청률 1.9%로 체면을 구겼다.

‘크레이지 러브’는 여러모로 아쉽다. 배우 김재욱과 그룹 에프엑스 출신 정수정을 앞세우고도 연일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1%대까지 내려왔다. 대본의 낮은 완성도가 시청률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크레이지 러브’는 이제 3화가 진행됐지만 상식 밖의 이해할 수 없고 산만한 전개로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본이 별로다’, ‘뜬금없다’, ‘재미없다’는 반응이 줄이었다. 특히, 원수같던 주인공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서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는다. 스타 강사로부터 갑질을 당하던 비서가 복수를 위해 사고로 기억상실에 빠진 강사에게 접근, 우린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시작된 전개는 모두에게 물음표를 선사하며 몰입을 방해한다. 제목처럼 ‘미친’ 사랑을 보여주려 했으나 ‘미친’의 정도가 시청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신사와 아가씨’는 ‘미우나 고우나’(2007), ‘오자룡이 간다’(2012), ‘장미빛 연인들’(2014), ‘하나뿐인 내편’(2018) 등 주말·일일 드라마를 연이어 히트시킨 스타 작가 김사경이 집필 중이다. 김 작가의 드라마는 ‘막장’으로 유명하다. 작가 특유의 필력과 뒷심이 좋은 반면,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와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시청자로부터 원성이 높다. ‘신사와 아가씨’에서도 기억상실과 사기 임신, 출생의 비밀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또한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40대 유부남과 20대 젊은 미혼 여성의 사랑, 여주인공이 결혼에만 목 매는 모습은 젊은 층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게한다.

그럼에도 ‘신사와 아가씨’는 주연 배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말고도 조연 배우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소소한 재미를 건졌다. 각각 인물들의 서사도 천천히 쌓아올려 종영을 앞둔 지금 정점에 올랐다. 드라마는 연일 휘몰아치는 전개와 엔딩으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막장을 쓰려면 이 정도로 써야 한다는 선례를 남기고 있다.

‘신사와 아가씨’는 종방을 향해 가는 반면 ‘크레이지 러브’는 이제 시작이다. ‘신사와 아가씨’는 유종의 미를, ‘크레이지 러브’는 반전의 역사를 쓰고 자존심을 회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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