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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V리그도 결국 사회의 일부다.
V리그 여자부가 조기 종료됐다. 사실상 여론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21일 7개 구단 단장 화상회의에서 세 팀은 포스트시즌 진행을, 나머지 네 팀은 조기 종료에 표를 던졌다. 어떤 팀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추측이 가능하다. 봄배구에 못 나가는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행에 반대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배구계에서는 ‘여론의 압박’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일부 미디어와 팬의 강력한 비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한국배구연맹과 7개 구단이 매뉴얼을 벗어나 리그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자 적지 않은 언론에서 이 선택을 강하게 비판했다.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여기에 선수 추가 감염과 부상 우려 등의 이유를 언급했다. 이번 조기 종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 여론이었다.
우리 사회는 사실상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확진자 폭증에도 점진적으로 방역 수준을 낮추고 있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정상적인 삶으로의 회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금은 집에 머물며 재택 근무를 하기도 한다. 정부는 프로스포츠 진행 및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V리그도 사회의 일부다. 위드 코로나 영역에 V리그는 당연히 포함된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면 함께 따라가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다.
연맹은 V리그 운영을 위해 존재한다. 연맹이 인기가 올라간 여자부의 노를 젓기 위해 리그 강행을 주장하고, 상업적 권리를 추구하는 게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면 세상 대다수의 기업도 모두 도마 위에 올라야 한다. 기자들을 코로나19 감염 위협이 있는 현장에 투입하는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7개 구단 존재의 이유도 다르지 않다. 모기업은 배구 경기를 하라고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연봉을 준다. 최근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과밀한 일정으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체력이 없다고 하면 그건 선수 자격이 없는 거다. 돈 받고 경기하는데 핑계를 대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생활 패턴에 적응하고 있다. 배구선수라고 다를 것은 없다. 선수를 무리하게 사지로 내몰자는 뜻은 아니다. 이번만 해도 어느 정도 휴식기를 갖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면 운영이 충분히 가능했다. 봄배구 당사자들도 충분히 준비하고 이를 기다려왔다. 현대건설이 별을 달기 위해 포스트시즌 진행을 주장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다. 비판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뉴얼은 헌법이 아니다. 안 지킨다고 감옥에 가는 게 아니다.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충분히 수정, 보완, 변화가 가능한 영역이다. 정부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방역 지침을 강화하기도, 완화하기도 한다. 당사자인 연맹과 7개 구단 대표자들이 결정했다면, 그것은 매뉴얼을 어긴 게 아니라 수정한 것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
이번 선택을 보면 일부 구성원과 미디어의 인식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홀로 동떨어진 섬에 갇힌 모습이다. 한 배구 관계자는 “안타깝다. 그 정도로 비판 받았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코로나19 감염 위협을 감수하고 하자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자는 것인데 매뉴얼과 여론의 비판에 매몰되어 결국 리그의 꽃인 포스트시즌을 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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