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res Giants Baseball
12일 SF 자이언츠 타일러 로저스(왼쪽)와 SD 파드리스 테일러 로저스 쌍둥이 형제가 오더를 교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MLB 사상 형제 마운드 대결은 처음이었다. SF(캘리포니아주)|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메이저리그 2022년 4월11일(현지시간)은 잡다한(Miscellaneous) 역사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MLB 사상 최초로 마운드에서 형제가 적으로 만나 대결한 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F) 우완 타일러 로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SD) 좌완 테일러 로저스(31) 불펜 투수들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판박이다. 얼굴은 부모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마운드에서는 유니폼 구분 뿐 아니라 투구 스타일로 쉽게 알 수 있다. 투구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타일러는 언더핸드스로이고, 테일러는 좌완의 강속구 투수다. 테일러가 시간상 형이다.

쌍둥이 형제가 마운드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2022시즌 4월7일 개막날 SD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트레이드가 성사되서다. SD는 선발투수 크리스 패댁과 외야수 에밀리오 파간을 주고 미네소타 마무리 테일러, 외야수 브렌트 루커와 현금이 포함된 4: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따라서 형제가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 됐다.

이날 3연전 첫 판 두 형제는 경기전 오더 교환으로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MLB는 감독 외에 코치, 선수들이 오더를 교환한다. 지난 3월22일 플로리다 켁터스리그 시범경기 때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 더스티 베이커와 워싱턴 내셔널스에 속한 아들 대런 베이커가 오더를 교환한 적이 있다.

SF-SD의 2022시즌 첫 판은 테일러 형제의 희비가 갈렸다. 동생은 패전투수, 형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SF의 타일러는 7회 등판해 선두타자 김하성에게 유격수쪽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타구가 빗맞았다. 4차례 유격수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브랜든 크로포드가 볼을 잡아 저글하면서 행운의 내야안타가 된 것. 평소의 크로포드였으면 아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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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자이언츠 불펜투수 타일러 로저스가 12일 독특한 투구폼으로 SD 파드리스를 상대로 투구하고 있다. SF(캘리포니아주)|AP연합뉴스

이어 톱타자 트렌트 그리샴이 번트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고 1사 1,3루에서 매니 마차도의 역시 빗맞은 투수 땅볼로 3루 주자 김하성이 홈을 밟아 2-2 균형을 깨는 결승점을 뽑았다. SD는 9회에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SD는 4-2로 앞선 9회 말 수비에 테일러를 세워 경기를 매조졌다. 테일러는 1이닝 1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SD로 트레이드된 뒤 3연속 세이브를 작성했다. SD는 개막전에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빠른볼을 구사하는 로버트 수아레스의 블론세이브로 땅을 친 바 있다. SD는 4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콜로라도 출신의 두 형제는 190cm의 장신이다. 고교 때까지는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대학부터 기량의 차이로 가는 길이 달랐다. 고교 졸업 때 MLB에 드래프트된 형 테일러는 켄터키 대학으로 진학해 2012년 미네소타 트윈스 11라운드에 지명됐다. MLB에는 2016년에 데뷔했다. MLB 통산 17승18패 53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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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무리 투수 테일러 로저스는 12일 SF 자이언츠를 상대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SF|AP연합뉴스

동생 타일러는 고교 때 트래트프도 안됐고, 대학에서 장학금 제시도 없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테네시의 오스틴 피 주립대학에 진학해 형보다 1년 늦은 2013년 10라운드에 지명됐다. MLB 데뷔는 한참 늦은 2019년이다. 언더핸드스로인 터라 패스트볼이 129㎞(80마일)을 조금 웃돈다. 그러나 다양한 구질로 우타자 상대는 최적이다. 지난 시즌 생애 최다 80경기에 등판해 8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22를 기록했다.

형제는 투구의 차이만큼이나 연봉차이도 크다. SD 테일러는 연봉 730만 달러, SF의 동생 타일러는 7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둘은 우애가 돈독한 쌍둥이 형제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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