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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빅리거 오형제’ 윌머 폰트, 이반 노바, 추신수, 김광현, 케빈 크론(왼쪽부터).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단독 선두 고공행진 중인 SSG에는 빅리거 오형제가 있다. 색깔도 각기 달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SSG의 떠들썩한 더그아웃 분위기가 ‘야구 잘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포토]
SSG 추신수.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맏형 추신수(40)는 야수들의 ‘정신적 지주’다. 지난해 SSG에 처음 상륙했는데, 올해 1년 더 동행하기로 했다. 팀에 남기로 결정한 순간 불혹에도 불구하고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는 결단을 내렸다. 아직 재활 중이라 지명타자로만 나서지만, 꾸준히 캐치볼을 하며 수비에 나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시즌 타율은 0.217로 저조한 편이지만,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SSG의 젊은 야수들은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소 보여주는 추신수 선배님의 말과 행동이 큰 자극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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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이 활짝 웃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투수 리더 김광현(34)은 미국에서 성공해 돌아온 형이다. 왕조의 주역이기도 해, 팀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큰물에서 경험을 쌓아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갖췄다. 김광현의 가장 큰 변화는 ‘팬 퍼스트’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팬에게 받은 사랑을 조금씩 갚아주겠다”고 공언하더니 첫 등판 이후 연고지 내 초등학교 1학년 전원에게 문구세트와 야구장 티켓을 선물했다. 김광현의 팬 서비스 강조 덕에 SSG 투수들은 ‘사랑의 반찬’ 챌린지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 특히 불펜투수는 맡은 이닝을 반드시 퍼펙트로 막아야 반찬 구매 기금을 적립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공 하나에도 진심을 담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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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왼쪽)와 윌머 폰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 SSG랜더스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35)와 윌머 폰트(32)는 타자 공략법을 몸으로 보여준다. 싱커를 즐겨 던지는 노바는 홈플레이트 좌우 보더라인 공략에 집중한다. 공을 낮게 던져야 성공확률이 높은만큼 낮은 공에 배트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다. 강속구 투수인 폰트는 노바와 반대다. 빠른 공과 각 큰 커브로 타자를 제압하는 폰트는 상하 스트라이크존 공략에 집중한다. 이들의 투구는 SSG 투수들에게 각자 가진 구종과 볼궤적에 따라 ‘먹고 사는 법’을 알려준다. 코치진이 말로 강조하는 것보다 동료가 몸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포토]
SSG 케빈 크론이 홈런을 쏘아올린 뒤 당당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막내’ 케빈 크론(29)은 천진난만함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괴력의 소유자이지만 시즌 타율 0.250에 불과해 고민이 많은데도 늘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에게 다가간다. SSG 김원형 감독조차 “성향만 보면 오래 함께하고 싶은 선수”라며 서글서글한 성격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크론은 지난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홈런 한 개를 포함해 KBO리그 데뷔 첫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고도 “오늘 형(CJ 크론, 콜로라도)이 홈런 두 개를 때려내 내 활약은 묻혔다”며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치고 팀이 승리한 날, 형한테 전화해서 놀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형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발판삼아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승부욕을 장난기 가득한 표정 속에 숨겨둔 영리함은 그라운드 위에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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