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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KBO리그도 메이저리그(MLB)처럼 트래킹 데이터를 통합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오는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KBO리그 트래킹 시스템 통합 사업’ 대상자 선정을 위한 현장 실사를 한다. 이르면 내년부터 MLB가 트랙맨 대신 도입한 ‘호크아이’가 KBO리그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KBO가 트래킹 시스템 통합을 추진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10개구단의 이해관계가 달라 진전이 없었지만, 정지택 총재가 취임한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탔다. 이미 실행위원회(단장회의), 이사회(사장회의)에서도 논의했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트래킹 데이터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거친 뒤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번에 선정하는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10개구단이 함께 사용한다. 현장 실사를 하는 광주구장뿐만 아니라 KBO리그 1, 2군 경기가 열리는 모든 구장에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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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대목은 KBO가 ‘과업 대상 구단 및 구장’으로 포함한 구단에서 KIA는 제외된 점이다. 데이터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현장 실사를 하는 구단과 구장이 빠져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KIA는 2019년부터 뒤늦게 트래킹 데이터 시장에 합류했다. 다른 9개 구단이 사용 중인 트랙맨이 아닌 골프와 테니스 쪽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플라이트 스코프를 광주구장에 설치했다. KBO가 통합 시스템을 추진하는 과정에 “KIA만 양보하면 큰 문제 없이 트랙맨으로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을 통합할 수 있다”며 양보를 종용했을 정도다. 트랙맨과 KIA구단 사이 깊은 감정의 골이 통합 시스템 구축 마지막 단계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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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BO와 구단 쪽 관계자는 “통합 시스템에 KIA가 빠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광주구장에서 현장 실사를 하는 이유도 ‘프로구단이 사용 중인 모든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을 갖춘 구장’이기 때문이다. 챔피언스필드에는 트랙맨과 플라이트스코프, PTS는 물론 호크아이까지 설치돼 있다. KIA는 소니코리아와 5년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호크아이를 구단 트래킹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국내 구장에 설치된 유일한 호크아이라 MLB가 사용 중인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의 실체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광주뿐이다.
미국 트랙맨에서 장비를 임대해 국내 구단에 재임대하는 스포스틱스는 KBO 주요 사업을 독식하다시피 한 에이클라의 자회사다. 에이클라는 최근 KBO에 거액의 로비를 한 의혹을 받아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파문으로 KBO 직원이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직무정지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KBO로서는 트랙맨을 트래킹 데이터 통합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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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작성한 문건에 KIA가 제외돼 있다는 점은 그래서 호크아이의 KBO리그 입성으로 귀결된다. KIA는 이미 5년 계약을 체결했고, 통합 시스템으로 채택될 경우에도 기존에 계약한 액수를 유지하는 등의 단서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BO와 10개구단이 데이터 통합 시스템 구축에 합의한 것은 비용절감과 안정적인 외국인선수 정보 제공이 가장 큰 목적이다. MLB가 채택해 사용 중인 호크아이는 트리플A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선수의 최신 정보를 받으려면 트랙맨보다 호크아이가 더 낫다는 판단이 각 구단의 마음을 빼앗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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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장실사 후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 호크아이의 실체를 직접 확인한 뒤 ‘트랙맨만큼 정확하고, 구단별로 원하는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어야’ 채택하겠다는 단서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트랙맨에 이미 익숙해진 9개 구단이 MLB급 통합 데이터 시스템을 채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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