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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애달파하며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강수연은 7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 향년 55세.
그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그는 곧바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그의 소속사 에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뇌출혈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 여부는 현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수연은 사흘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회복하지 못했고, 끝내 숨을 거뒀다.
1966년생인 고인은 1969년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배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드라마 ‘똘똘이의 모험’, ‘오성과 한음’, ‘바람돌이 장영실’ 등에 출연해 남다른 끼와 타고난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후 1983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하늘은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 ‘엄마의 방’ 등으로 꾸준히 안방을 찾았다. 2001년에는 ‘여인천하’ 정난정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SBS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톱 배우로 인정받았다.
특히 영화계에서 활약했다.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에서 명문가 씨받이 옥녀로 분해 파격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어 1989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제아제바라아제’에서 변신을 꾀했다. 파계하는 비구니 순녀 역을 맡은 그는 삭발을 감행한 것은 물론, 노련한 캐릭터 표현으로 작품을 더욱이 빛냈다. 그 결과,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렸다.
이밖에도 ‘고래사냥2’,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연산군’, ‘감자’,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경마장 가는 길’, ‘베를린 리포트’, ‘그대 안의 블루’, ‘그 여자, 그 남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한반도’ 등에 참여, 강력한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국 영화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었던 고인의 소망을 엿볼 수 있는 행보다. 그의 복귀작이었으나 유작이 된 연상호 감독의 ‘정이’ 역시 영화다. 올해 초 촬영을 마쳤으며, 넷플릭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강수연의 사망 소식에 충격에 빠진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주축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렸다. 고문은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이다.
최근까지 함께 호흡한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코리아를 비롯해 동료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SNS에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분. 선배님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남겼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영화계의 개척자였던 빛나는 배우 강수연 님께서 금일 영면하셨다. 항상 현장에서 멋진 연기, 좋은 에너지 보여주신 故 강수연 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좋은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배우 강수연 님의 모든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측은 “한국영화의 대표 배우 강수연 님이 오늘 별세하셨다. 독립영화계에 보내주신 따뜻한 관심과 애정에 늘 감사했다. 한국영화의 진정한 리더이자 영웅, 배우 강수연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강수연 배우님이 세상을 떠났다. 어제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많은 분들이 쾌유를 바랐지만 오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포스터에서 밝게 웃는 배우님이 문득 생각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1966-2022”라며 고인을 추도했다.
가수 윤종신은 개인 SNS에 고인의 생전 사진을 게재하며 “편히 잠드셔요. 오랜 시간 감사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는 추모 글을 적었다. 배우 김규리는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때 저는 영화 ‘화장’으로 영화제에 참석했었다. 행사장에는 이춘연 사장님과 강수연 선배님께서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시면서 힘을 보태주셨었다. 너무 감사했었어요. 저도 나중엔 ‘저렇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생각을 했다. 작년에 이춘연 사장님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드리고, 또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선배님을 보내드릴 줄은. 저희에게, 저에겐 등대같은 분이셨다. 빛이 나는 곳으로 인도해주시던 선배님을 아직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누리꾼들 역시 그의 황망한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좋은 소식 있기를 바랐는데 마음이 안 좋다”, “너무 갑작스럽다”, “‘여인천하’ 때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가슴이 아프다”, “그간 좋은 연기 보여줘서 감사하다”, “하늘에서는 편히 쉬시길” 등의 반응이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8일부터 10일까지 받는다. 발인은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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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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