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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추성훈의 한마디가 수많은 파이터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
추성훈은 지난 8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내가 받은 파이트머니로 강남 집 한채를 살 수 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원챔피언십 소속인 추성훈은 3월 2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원챔피언십에서 일본의 레전드 아오키 신야를 2라운드 TKO로 이겼다.
과연 추성훈의 말대로 그의 파이트머니가 ‘강남 집 한채’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 추성훈은 격투기 선수로서 UFC에서 뛰다 지난 2019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원챔피언십으로 이적했다.
스카웃 형식으로 옮겼기 때문에 추성훈은 원챔피언십을 대표하는 스타로 각인됐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파이트머니가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강남 집 한채’ 수준은 아니다. 요즘 세간에서 ‘강남 집 한채’는 수십억원을 의미한다.
추성훈의 파이트머니는 이벤트의 성격에 따라 작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각 단체마다 파이트머니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추성훈의 지명도 특히 원챔피언십의 인지도 때문에 그 이상을 받는 것은 어렵다.
반면 원챔피언십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UFC는 상황이 다르다. 세계 최고의 단체로서 UFC가 가진 전세계적인 중계권으로 다른 단체에 비해 수준이 높다. 코너 맥그리거 같은 일류 선수는 300만 달러(한화 약 36억원)가 기본이다. 게다가 PPV(Pay-Per-View)의 60%를 가져가기 때문에 단번에 100억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슈퍼스타에 국한된다. 지명도가 낮은 선수들은 UFC가 책정한 수준을 넘지 못한다. 메인카드의 순서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적게는 몇 천 달러에서 많게는 20만 달러(한화 약 2억4000만원)까지 다양하다. 화끈한 경기로 ‘Fight of the Night’에 선정되면 5만 달러(한화 약 6천만원)의 보너스가 더 쥐어진다.
워낙 격투기가 인기가 높아 일확천금의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2017년에 열린 ‘복싱천재’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UFC 스타 코너 맥그리거가 붙은 스페셜매치는 메이웨더에게 1억 달러(한화 약 1250억원)를, 맥그리거에게는 5000만 달러(한화 약 625억원)를 선사했다.
이런 매치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추성훈이 ‘집사부일체’에서 언급한 내용은 격투기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다소 파이트머니를 부풀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니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느라 한국 물정을 몰라 실수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격투기 선배로서 ‘꿈과 희망’을 안고 케이지에 발을 들여 놓은 선수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굳이 ‘강남 집 한채’를 거론하지 말고 ‘격투기에 매진하면 맥그리거처럼 꿈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원챔피언십, UFC보다 열악한 한국 격투기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타이틀전이라도 1억을 넘기지 못한다. 데뷔하는 선수에게 쥐어지는 돈은 수십만원에 불과하다. 투잡, 스리잡 등 많은 일을 하며 격투기를 하는 실정이다.
한국 격투기 선수 중 최고의 파이트머니를 받은 선수는 ‘코리안좀비’ 정찬성이다. 정찬성은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UFC 273에 출전해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나섰지만 4라운드에 TKO로 패했다. 정찬성은 이 경기에서 53만2000달러(약 6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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