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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위기 속 일류는 다르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 요즘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이 ‘프로야구의 위기’란 말이다. 인기 하락에 관한 것인데 코로나, 국제대회 성적부진, 스타선수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악재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탓이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한국야구의 위기를 내세우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로야구 변화의 핵심이 ‘팬 퍼스트’ 정신이다. 팬이 최우선으로 이들이 야구장에 찾아오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잠재적 팬인 젊은 세대들이 야구장에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흔히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LoL(롤)은 알아도 야구는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변화가 필요하단 의미다. 그래도 이 같은 흐름을 읽고 한발 빨리 움직이며 노력하는 구단도 있다. 포문을 연 곳은 KT다. KT는 Z세대 팬을 사로잡기 위해 10개 구단 중 처음으로 ‘야구+e스포츠’ 협업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LG와의 경기에 앞서 열리는 ‘롤스터 데이’가 바로 그것.
‘롤스터 데이’는 KT의 형제구단인 e스포츠 전문구단 KT 롤스터 선수단을 초청해 시구·시타, 애국가 제창, 야구선수와의 LoL 대결, 다양한 경품 이벤트 등을 펼친다. KT 롤스터의 ‘에이밍’ 김하람이 시구를, ‘커즈’ 문우찬이 시타를 하며, ‘라스칼’ 김광희 등이 애국가를 부른다. 경기 중에는 응원 단상에 올라 팬들에게 인사와 함께 응원도 한다. Z세대에게 인기 있는 KT 롤스터 선수단을 초청해 젊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KT의 젊은 선수들도 e스포츠를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KT의 대표 Z세대인 홍현빈(26)은 ‘롤스터 데이’ 소식에 “e스포츠 프로 선수들과의 첫 만남이다 보니 많이 떨린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며 “평소 게임도 좋아하는데, 시간 날 때마다 LCK 경기도 시청한다. 롤스터와의 이런 협업이 계속돼 e스포츠 팬들도 야구장에 찾아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KT 투수 엄상백(27)은 “시간 날 때 경기를 보는 편이지만 그보단 실제로 LoL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같은 형제구단이다 보니 예전부터 롤스터를 좋아했다. 특히 ‘커즈’와 ‘라스칼’ 선수를 좋아한다”며 “롤스터 데이를 맞아 영상에서 보던 선수들을 보게 돼 설렌다. 기회가 된다면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e스포츠’의 협업은 팬과 선수 모두 즐길 수 있는 행사임이 분명하다. 다른 구단에서도 KT와 같은 노력이 필요하단 얘기다. 실제로 프로야구 구단 중에는 야구와 e스포츠 구단을 모두 운영하는 KT외에도 한화도 있다. 한화는 한화생명e스포츠 구단을 운영 중이다. e스포츠와 인연을 맺고 있는 팀도 많다. KBO리그 대표 인기 구단인 KIA는 모기업이 스폰서를 맡고 있는 담원 기아가 있다. 삼성은 오래 전 매각하긴 했지만 젠지의 전신이 바로 삼성 갤럭시다.
그나마 롯데는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샌드박스가 있는데 현재 샌드박스 선수들이 야구장을 찾아 시구와 시타 등 다양한 행사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e스포츠와 연결점을 찾자면 얼마든지 찾아서 팬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가능하단 얘기다. 단지 적극적인 노력을 안 할 뿐이다.
이에 다른 구단들은 KT의 이번 ‘롤스터 데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을 했다는 의의가 있는 것이다. 분명 프로야구는 일류 스포츠다. 일류 스포츠 프로야구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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