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단이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역전 승을 따낸 뒤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 사직=장강훈기자]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KIA 김종국 감독이 판정에 수긍한 뒷얘기를 공개했다. 상황에 따라 어필할 수 있는 흐름이었지만, 명확한 판단으로 ‘쿨’하게 인정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7일 사직구장에서 치른 롯데와 원정경기에서 김선빈이 타석에 섰다. 무사 1루 기회라 흐름을 끌어올 찬스였는데,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의 인터벌이 길었다. 김선빈은 타임을 요청했지만 심판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동시에 스파크맨이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 킥 후 스트라이드 과정에 오른팔을 들고 있는 김선빈을 발견해 볼을 던지지 않았다. 상황만 놓고보면, 보크다. 이날 주심이던 우효동 심판위원은 노 카운트 선언을 한 뒤 김선빈에게 뭔가 얘기를 했다.

18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김)선빈이의 타임 요청이 조금 늦었다. 심판이 받아줄지 선택을 하려는 시점에 스파크맨이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타자와 투수, 심판 모두 미묘한 타이밍이었다는 것을 인정했고, 노 플레이 선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을 굳이 따지면 보크로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타이밍이라는 게 있으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KIA 류지혁이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역전 결승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그는 3회초 1사 1, 2루에서 런다운에 걸린 주자들의 본헤드 플레이에도 “경기 초반이기도 했고, 만회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2루에 있던 박찬호가 스파크맨의 견제에 걸렸는데, 협살 과정에 1루에 있던 류지혁이 가만히 서있다가 또 협살에 걸렸다. 박찬호가 야수들을 몰고 3루로 갈 때 2루로 뛰었더라면, 더블플레이는 면할 수도 있었던 상황.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였다.

김 감독은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팀의 리드오프이고, 만회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었다. 류지혁의 자신감 문제도 있어서 교체를 검토하거나 따로 얘기하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류지혁은 결과적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으니, 김 감독의 인내가 선수와 팀을 모두 살린 셈이다.

그는 “단 한 경기도 1회부터 9회까지 순탄하게 가지 않는 것이 야구”라며 “그래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야 순리대로 풀어갈 수 있다”고 껄껄 웃었다. ‘초보 사령탑’의 경기운용 능력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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