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구찌보다 구씨!”
최근 SNS를 휩쓴 ‘밈’이다. 구씨는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가 연기하는 구자경 역을 일컫는다. 극 중 구씨의 매력에 푹 빠진 누리꾼들이 손석구의 티셔츠에 ‘GUSSI’라는 글자를 합성한 사진을 돌려보는 것이다.
배우 손석구는 요즘 대중에게 가장 ‘추앙’받는 배우로 꼽힌다. 그는 드라마의 인기를 발판삼아 스크린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2’에서 1편 장첸(윤계상)의 뒤를 잇는 악랄한 빌런 강해상으로 연기변신을 강행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첫날부터 4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구씨’의 연기변신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정작 손석구 자신은 이런 대중의 반응을 알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 촬영 차 한 달 넘게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그는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해외에 있다 보니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몰라 들뜨지도 않고 늘 하던 대로 할 수 있어 좋다”고 무심히 말했다.
다만 ‘나의 해방일지’를 연출한 김석윤PD에게 촬영 전 ‘구씨’가 인생 캐릭터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제 생각에도 구씨는 인생 캐릭터”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범죄도시2’의 강해상 역은 손석구가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마친 뒤 제안 받았다. 손석구는 1편의 열렬한 팬이었지만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컸다고 했다. 그는 “액션물을 선호하지 않고, 직접 액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욕심나지 않았다”고 이유를 전했다.
그런 손석구를 설득한 건 이 작품으로 입봉한 이상용 감독이다. 손석구는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막상 출연을 결심한 뒤에는 캐릭터를 철저히 분석해 강해상으로 살았다. 우락부락한 조직폭력배의 몸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마구 먹어 몸무게를 10Kg 증량했다. 영화가 팬데믹으로 촬영이 중단되면서 살이 빠졌다 찌우길 반복했다. 몸을 키우는 근육운동을 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그는 “단백질 보충제를 너무 많이 먹어 후유증으로 만성피로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 강해상의 잔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주황색 옷을 고른 것도 손석구 자신이다. 손석구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잔인하게 찌른 이를 목격했을 때 ‘어떤 주황점퍼 입은 놈이 그랬다’고 얘기하면 무채색 의상보다 또렷하게 각인될 것같다”고 설명했다.
손석구의 고민과 분석 끝에 탄생한 강해상은 장첸과는 결이 다른 악인이다. 장첸이 “니 내 누군지 아니”라며 도끼를 휘둘렀다면 강해상은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살기 깃든 눈빛으로 냉기를 뿜어낸다. 이상용 감독의 원래 대본에는 강해상이 욕을 많이 하는 인물로 설정됐지만 손석구의 아이디어로 말수가 적은 인물로 묘사됐다. 덕분에 강해상이 손만 움찔해도 관객은 공포를 느낀다.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들’, JTBC ‘멜로가 체질’, 넷플릭스 ‘D.P’를 통해 배우로서 승승장구한 그가 ‘해방일지’의 호스트 마담 구씨와 ‘범죄도시’의 강해상을 통해 악인으로 변신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손석구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강해상도 나고, 구씨도 나다. 두사람의 차이가 보인다면 배우로서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했다.
배우로서 작품 선택의 기준은 대본보다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덜 익은 글이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다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그 자신도 최근 OTT 왓챠의 단편영화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바 있다.
손석구는 “사실 금년에 무조건 한편 더 촬영할 계획이 있는데 프로연출러가 아니다보니 대본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촬영 마친 뒤 1시간이라도 글을 쓰려고 하지만 힘들어서 못하고 있다”면서도 ‘좋은 글’에 대한 욕심을 내비쳤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ABO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피닉스, 초록뱀미디어, SLL
기사추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