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맨션/이방원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300만명이 넘어가면서 방송에서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장미맨션’은 지난 13일 공개된 4회에서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삽입했다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동물권행동 카라 측은 18일 “훈련된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고양이 특성상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는 연출로, 촬영에 동원된 동물에 대한 고려가 전혀 되지 않은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고양이가 동원됐는지, 안전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수의사가 현장에 있었는지, 동물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장미맨션 제작진은 19일 “인도주의적 방식으로 훈련된 고양이를 동물 촬영 업체를 통해 섭외했다. 실제 동물 촬영 장면은 전문업체를 통하여 동물 전문가 입회 하에 진행하였고, 촬영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출 및 앵글 구도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 보호 차원의 이탈 방지를 위해 구조물을 준비하였고 그 외 장면에서도 실제 가학행위는 없이 간접적인 묘사로 진행됐다. 현장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고양이 보호 장비를 준비해 긴장감 완화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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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맨션‘과 유사한 사례로 지난 1일 종영한 KBS1 ’태종 이방원‘이 있다.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말을 학대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특히 현장에 동원된 말이 촬영 후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이 확산됐다. 이 여파로 드라마는 6주간 재정비 기간을 거친 뒤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KBS는 “최근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두 사건은 ’동물 감수성‘이 고양된 사회적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KBS1 드라마 ’정도전‘, ’용의 눈물‘ 등에서도 말을 고의로 넘어뜨려 촬영을 진행했으나,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박진감을 더하는 촬영기법으로 여기며, 동물을 소품처럼 소비했다. 그러나 ’장미맨션‘, ’태종 이방원‘의 경우 동물권 단체는 물론, 대중까지 동물권 사수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세상이 달라졌다. 제작진이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러한 일은 언제든지 또 있을 수 있다”며 “흐름을 빠르게 읽고 반영해야 하는 업계 중 하나 아니냐. 이러한 분위기를 읽지 못한 채 제작된 작품이라면 대중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티빙, KBS, 동물자유연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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