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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칸(프랑스)=조현정기자]“여우주연상? 박찬욱 감독님이 내 인생을 완전하게 해줬다. ”
거장 박찬욱 감독의 4번째 경쟁부문 진출작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탕웨이가 박 감독에 대한 감사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탕웨이는 24일 오후(현시시간) 프랑스 칸의 마제스틱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헤어질 결심’과 칸 영화제를 둘러싼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를 가진 소감으로 “어제 영화를 본 게 세번째였는데 큰 스크린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음향 등 효과가 너무 좋았다”며 “유럽에서 상영했는데 유럽 사람들이 웃는 포인트가 한국 사람들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 진짜 재미있었던 건 관객들은 안웃었지만 나란히 셋이 앉은 우리만 아는 부분에서 셋이 웃음을 참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떤 때는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만의 추억이 떠올라 웃기도 했다”고 미소지으며 답했다.
이날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 프레스컨퍼런스룸에서 전 세계 기자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님을 너무 사랑한다. 모든 면에서 굉장한 일을 하고 있고 서래처럼 (특별한) 인물을 선사했다”며 “박찬욱 감독님이 내 인생을 완전하게 해줬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 느낌은 어제 갑자기 들었다. 영화를 보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데 내 마음속에 꽉찬 느낌이 처음 들었다. 순간적인, 딱 오는 느낌이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배우로서 살아온 생애가 있어서 느끼는 감정”이라며 “감독님한테 너무 감사한 건 현장에서 감독님이 인내심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을 거다. 특히 언어문제 같은 걸 감독님이 다 용인해주시고 ‘감독님이 열받았을 텐데’ 라는 느낌이 드는 데도 단 한번도 표현하지 않고 웃어주시고 감독님이 캐릭터에 심혈을 기울여주시는 게 느껴져 감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멜로극이다.
박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아이디어 회의 때부터 탕웨이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고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캐스팅을 제안했다. 탕웨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사랑 앞에서 망설이고, 수수함과 화려한 팜므파탈 사이를 오가는 신비스러운 서래 역에 완벽히 녹아들어 영화 ‘색.계’ 이후 대표작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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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칸영화제에서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오른 그는 “ ‘칸에 오기 전에는 칸에서 뭐든지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결과물로 이미 상을 받은 것 같다’는 정서경 작가님의 말로 답을 대신하겠다”며 “사실 더 기분좋은 건 영화제에서 신인감독 후보들에게 경쟁부문 중 한 편씩 영화를 보여주는데 그 작품으로 우리 영화를 선택했다고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영예로운 인정을 받은 것같다”고 겸손해했다.
‘색.계’의 이안 감독 등 세계적인 거장과 호흡을 맞춰온 탕웨이는 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콘티가 너무 좋아 평소 좋아하던 만화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작은 움직임까지 정확히 들어있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감독님이 표현하려는 걸 내가 못할 순 없지 않겠단 걸 콘티를 보며 완벽하게 알게 됐다. 감독님은 어떤 국가, 어떤 사람이든 누구나 작품을 같이 해도 문제되지 않을 감독”이라며 “작품을 크랭크인한지 얼마 안됐을 때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돼 스케줄을 조정해야 했는데 감독님이 아무 동요없이 평상시처럼 다 받아들이고 감당하셨다. 그런 감독님의 모습이 연기하는 배우에게 굉장히 큰 안도감과 믿음을 준다”고 무한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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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여성이란 설정으로, 한국어 대사로 말해야 해서 언어장벽을 극복해야 했다. 박 감독은 탕웨이가 한국어 발음만 외워 대사를 하지 않고 문법부터 말하기. 듣기를 익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매일 교사들과 공부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이에 대해 탕웨이는 “바보여서 그랬다”고 웃으며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한국어 공부를 해서 단어의 뜻을 파고들어야 내가 하는 역할을 좀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속 서래는 문어체에 가까운 독특하면서도 기품있는 한국어를 구사한다. “말투는 감독님을 따라서 했다. 감독님이 억양, 톤 등 모든 것을 대사 하나, 단어 하나하나 녹음해준 걸 휴대폰에 저장해놓고 계속 들으면서 연습했다. 감독님의 억양이나 호흡, 리듬 이런 게 그대로 있었다. 지금 탕웨이 개인의 한국어 실력은 백지다. 하하”
‘헤어질 결심’은 독특한 사랑이야기로, 박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의 멜로이야기’다. 그는 사랑에 대해 “사랑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사람이 나타나면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다만 그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된 사람이어야겠다. ‘주파수’가 같아야만 서로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 살고 있다는 탕웨이는 “외동딸인데 중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시다. 시간될 때마다 베이징에 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중국인으로서 부모님과의 시간은 너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도움을 많이 줬고 너무 많이 보고 싶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편, ‘헤어질 결심’ 공개 후 외신들은 “박찬욱 작품 중 최고”라고 호평해 2004년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던 박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및 탕웨이의 여우주연상 수상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상자(작)는 28일 영화제 폐막식에서 발표한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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