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속초·양양·강릉=황철훈기자]여행은 인생과 닮아있다.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그렇다. 인생길이 여행길이요. 여행길이 인생길이다. 인생이 긴 여행길이라면 여행은 중간중간 쉬어가는 휴게소 쯤일 것이다. 장시간 운전이 사고위험을 높히듯 인생도 쉼 없이 달리다 보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어차피 인생도 여행도 행복해지자고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제대로 된 ‘힐링여행’으로 잡았다. 이름하여 강원도로 떠나는 ‘웰니스(Wellness)’ 여행이다. 특히 이번 여행지는 한국관광공사가 공식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다. 원 없이 쉬고 즐기며 완벽한 봄날의 힐링을 경험했다.
|
◇몸이 건강해지는 웰니스 체험 ‘오색그린야드호텔’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반을 내달려 도착한 오색그린야드 호텔. 강원도 양양 대청봉길에 자리한 호텔은 30년 역사를 자랑한다. 덕분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산장처럼 중후한 풍모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건강과 면역증강에 특화된 호텔이다. 객실 인테리어에서부터 호텔 식단, 웰니스 프로그램까지 호텔의 모든 인프라를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
벌써 오후 1시. 배꼽시계가 여지없이 울려댄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건강한 면역식단을 차려낸다. 한식당에서 면역정식을 주문하자 강황으로 지은 노란 밥과 들깨 뭇국, 흑임자 죽, 표고버섯 무침, 연어, 닭고기, 샐러드, 요거트 등을 담은 소반이 식탁에 올랐다. 해독작용과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밥상이다. 푸짐한 양은 기본, 맛도 훌륭하다. 호텔이 자신있게 면역식단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 의료기관의 자문 덕이다. 이 호텔의 모기업이 대장 및 항문치료로 유명한 ‘송도병원’이다.
|
오색그린야드호텔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국내 최고의 ‘탄산온천’과 ‘암반파동욕장’이다. 이곳의 탄산온천은 지하 470m에서 끌어올린 27℃ 저온온천이다. 탕에 몸을 담그면 전신에 포말이 생기며 탄산이 온몸을 자극한다. 살짝 후끈거리는 정도다. 탄산온천은 피부미용은 물론 혈압강하와 동맥질환 등에도 도움을 준다. 호텔의 또 하나의 자랑인 ‘암반파동욕장’은 찜질방 안에 있다. 욕장은 2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 있다. 파동석 바닥에 눕거나 엎드리면 된다. 바닥과 벽체에서 내뿜는 열기로 금세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된다. 땀과 함께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 면역 증강 효과가 특징이다. 파동석은 오래된 천연 광석으로 테라헤르츠파동과 원적외선 수치가 탁월해 체내의 독소를 땀과 함께 배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색그린야드호텔 김동국 본부장은 “우리 호텔은 30년이 되다 보니 신규 리조트에 비해 시설은 다소 떨어지지만, 국내 최고의 ‘탄산온천’과 ‘암반파동욕장’을 갖추고 있어 건강을 위한 힐링 여행지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숙박료가 저렴하다 보니 한달 이상 장기숙박을 하면서 탄산온천과 암반파동욕 그리고 요가, 명상, 트레킹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까지 체험하고 가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
◇국내 유일 해변 대관람차 ‘속초아이’
든든하게 속을 채웠으니 이제는 즐길 차례다. ‘속초아이’를 만나러 속초해수욕장으로 갔다. 참 ‘속초아이’는 속초에 사는 아이가 아니다. 영국 런던의 대관람자 ‘런던아이’에서 이름을 차용한 속초판 ‘런던아이’다. 올 3월에 개장한 속초아이는 국내 해변에 있는 유일한 대관람차다. 개장과 함께 전국의 사진 명소로 등극한 이곳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거대한 대관람차에는 막내 사탕처럼 생긴 동그란 ‘캐빈’이 36개나 달려있다. 높이는 자그마치 65m다. 캐빈에 타고 고도를 높이면 속초해변과 속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캐빈은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인다. 줄지어 따라오는 캐빈을 보고 마치 우주에서 도킹을 시도하는 소우주선 같다는 상상을 했다. 캐빈에 내장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휴대폰에 연결하면 취향에 맞는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이왕이면 영화 ‘마션’이나 ‘인터스텔라’ 배경음악이 좋겠다. 15분 동안의 우주여행이 한층 즐거워질 테니 말이다.
|
속초 해수욕장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여행객을 유혹한다. 거대한 사진틀과 한글 조형물들을 배경으로 모두 사진 삼매경이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고운 모래 해변을 걷는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 즐거운 봄날이다.
|
◇서핑의 천국 서프시티 양양
양양은 서핑의 메카다. 넓은 해안은 물론 일년내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좋은 파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양의 서핑 포인트는 수심이 낮고 해저바닥이 모래로 이루어져 보다 안전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양양서핑학교에서는 서핑 입문자를 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낙산해수욕장에 자리한 서프시티 협동조합이 설립한 학교로 강사진 전원이 서핑강사 자격증을 보유한 서핑 전문 교육기관이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 나이가 적거나 많다고 혹은 수영 실력이 없다고 망설일 필요가 없다.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혹시 아는가.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세계대회에서 이름을 날릴지…. 이름없는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한순간에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폴포츠처럼 말이다.
특히 태양을 마주해야 하는 서핑은 우울증 극복에 특효다. 또한 바다 소금기는 기관지를 건강하게 만들고 파도 소리는 백색소음에 시달린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심리적 안정을 선사한다.
|
◇럭셔리한 쉼과 안락 ‘설해원(雪海園)
강원도 양양국제공항과 맞닿아 있는 ‘설해원’에 여장을 풀었다. 설해원은 골프장과 온천을 갖춘 종합 휴양리조트로 2022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추천 웰니스 관광지다. 설해원(雪海園)은 설악산의 ‘설(雪)’과 동해의 ‘해(海)’, 그리고 동산 ‘원(園)’이 합쳐진 이름으로 설악산과 동해를 품은 쉼의 정원이란 뜻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중앙에 웅장한 규모의 건물을 마주하게 되는데 바로 ‘클럽하우스’다. 나무 원목을 덧댄 기둥과 서까래를 놓은 듯 가지런하게 놓인 나무 원목 천장이 인상적이다. 왠지 포근한 한옥을 닮았다.
설해원은 빌라 타입의 독립 객실인 ‘마운틴스테이’를 비롯해 타워형 객실, 골프텔 등 다양한 객실과 골프장, 온천사우나, 노천스파, 온천수영장 등을 두루 갖췄다. 또한 투숙객을 위한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특히 ‘면역공방’과 ‘클라리스파’가 투숙객들에게 인기다. 클라리스파에서는 임상 전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블렌딩한 4가지 오일 중 개인의 컨디션에 맞는 오일을 선택해 마사지를 진행한다. 기분 좋은 아로마 향에 취해 마사지를 받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감이 밀려온다.
|
또 하나의 힐링 프로그램인 ‘면역공방’은 오색그린야드호텔의 ‘암반파동욕장’과 같은 원리다. 파동석이 깔린 바닥에서 땀을 흘리며 독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방식이다. 오색그린야드는 2명이 들어가는 룸이 여러 개 있는 반면 설해원은 4명, 8명, 10명이 각각 들어갈 수 있는 룸이 3개다. 면역공방은 체험에 앞서 뜨거운 물로 거품 목욕을 하는 게 좋다. 그래야 피지선이 열려 디톡스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체험 공간에는 개별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다. 우선 바닥에 긴 타올을 깔고 파동석 바닥에 엎드려서 5분, 다시 바로 누워서 10분을 한 후 휴게실로 나와 5분을 쉬며 수분을 보충한다. 이를 3번 반복하면 된다. 땀에 젖은 온몸은 노곤하면서 한편 개운하다. 그간 고생한 내 몸을 위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진다.
|
이국적인 낭만을 만끽하는 데는 야외 수영장과 노천 스파만한 게 없다. 특히 설해원의 야외 수영장은 따뜻한 온천수를 채운 인피니티풀로 계절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운틴스테이 뒷편에 조성된 설해 둘레길도 걸어보자. 침목으로 길을 낸 둘레길은 평탄하고 순해 아침 산책길로 제격이다. 특히 양양국제공항의 활주로와 나란히 걷는 길로 동호해변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이른 아침에 나서면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
◇북카페에서 즐기는 봄날의 여유 ‘솔향기 언덕’
여행길에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는 작은 행복이다. 이번 여행길에 찾은 행복 충전소는 북카페 ‘솔향기 언덕’이다. 양양군 현북면에 자리한 카페는 하조대 해수욕장과도 인접해 있다. 사실 이곳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연수원으로 ‘솔향기 언덕’은 시설의 일부로 연수원 1층에 자리해 있다. 시원한 개방감을 주는 높은 천장과 널찍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카페에서 나무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면 솔향기 가득한 소나무 숲길도 걸을 수 있다. 길은 길지 않고 평탄하다. 또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다.
|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초현실의 감동 ‘아르떼뮤지엄 강릉’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일명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강원도와 강릉의 역사와 자연을 재해석한 작품에서부터 고흐, 고갱, 클림트, 미켈란젤로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극장처럼 어두컴컴한 공간을 따라 전시실로 들어서면 사방천지에 알록달록 꽃가루가 날아든다. 마치 온몸이 꽃가루에 파묻힐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다. 음향 효과가 몰입감을 더해준다. 그야말로 별천지다. 벽들과 칸막이가 모두 유리다 보니 공간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워 실제보다 광활해 보인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전혀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느낌이다. 전시공간마다 주제를 달리한다. 미지의 동굴을 연출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공간은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수시로 밀려드는 파도를 현실보다 더 실감 나게 연출한다. 관람객들은 밀려드는 파도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
이곳의 가장 인기 있는 사진 명소는 거대한 태양을 형상화 한 ‘선(SUN)’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붉은 태양 안에 들어와 있는 사진이 연출된다. 다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물질이 낀 유정란으로 볼 수도 있겠다.
|
마지막 전시공간은 가든(GARDEN)으로 전시공간 중 가장 넓다. 강원도의 자연을 재해석한 작품이 음향효과와 함께 장엄하게 연출된다. 이어 주제를 달리해 전 세계 거장들의 그림과 조각이 전시장 벽면을 입체적으로 채운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 온 듯한 생생한 느낌이다. 분명 현실은 아니건만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느낌은 뭘까. 여행 마지막 날 경험한 색다른 감동이다.
color@sportsseoul.com
기사추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