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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기자] “언니(한유미 KBSN 해설위원)는 자꾸 그만두라고 했는데 사실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웃음)
V리그 원년멤버 한송이(38·KGC인삼공사)는 현재 19번째 시즌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곧 들어오는 신인과는 스무 살 차이가 나는 노장인데 몸 상태는 여전히 준수하다. 체지방, 근육량 등은 어린 선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을 정도다. 자기관리가 그만큼 잘 되는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이다. 한송이는 배구단 관계자들이 꼽는 최고의 프로 선수다. 선수이기 전에 훌륭한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 불리기도 한다. 롱런의 비결이다.
그런 한송이에게 2022~2023시즌은 ‘라스트 댄스’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14일 대전 체육관에서 만난 한송이는 “내 배구시계는 5세트 듀스, 15-15 정도까지 와 있는 것 같다. 2점만 내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 아닐까”라며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늘 그렇게 시즌을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 정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더 특별하다”라는 마음을 털어놨다.
은퇴를 생각한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 주변에서도 은퇴라는 단어를 자주 이야기한다. 한송이는 “언니는 자꾸 그만두라고 한다”라며 웃은 후 “물론 저도 생각은 많이 한다. 지금도 비시즌에 운동하는 게 참 힘들기는 하다. 은퇴 후에 뭘 해야 할지도 고민하기도 한다. 당장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끝을 생각할 때마다 울컥한다. 배구선수가 아닌 나로 사는 게 상상이 안 된다. 30년 정도를 했다. 일반 사람으로 살아도 행복하고 재미있겠지만 나를 대표하는 단어가 없어진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너무 슬플 것 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송이가 쉽게 배구화를 벗지 못하는 이유는 인삼공사에 대한 애정, 그리고 미련 때문이다. 그는 “인삼공사에 온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런데 다섯 시즌 동안 봄 배구에 간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도 있지만 그보다 팀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 그 미련 때문에 계속 하게 된다. 이번 시즌에는 꼭 봄 배구에 가거나 우승을 해 미련 없이 떠나고 싶다”라며 이번 시즌에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더불어 그는 “현재 함께 뛰는 선수들이 어쩌면 제 마지막 동료들이 될 수도 있다. 이 멤버로 꼭 뭔가를 이뤄보고 싶다.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예감은 좋다. 파이팅 넘치는 고희진 감독, 여자 선수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섬세하게 지도하는 이숙자 코치의 합류로 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한송이는 “한 달 조금 넘게 훈련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고 감독님은 제가 고등학생 시절 성균관대로 훈련을 갔을 때 처음 봤다. 그때는 지금보다 몇 배는 파이팅이 넘쳤다. 이 코치님은 지금도 ‘언니’라는 말이 나올까봐 조심하는 편이다”라며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들이 감독님, 코치님의 합류로 개선된 모습이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에는 좋았지만 후반기에 안 좋았다. 투지 넘치면서도 분위기를 반전하는 힘이 부족했는데 두 분이 그런 것들을 채워주실 것 같다. 시즌을 준비할 때 늘 예감이 좋긴 했지만 이번엔 정말 다를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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