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월드 클래스’ 방탄소년단(BTS)의 ‘잠시 멈춤’은 K팝 시장에 위기의 신호일까, 전환점의 계기일까.

방탄소년단이 데뷔 9년만에 그룹 활동을 중단하고 솔로 활동 체제로 전환을 예고했다. 지난 10일 그간 활동과 9주년을 기념한 신보 ‘프루프’가 팀으로서 마지막 앨범이었던 셈이다. 소속사 하이브는 “팀 활동과 개별 활동을 병행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맏형 진이 올해 말까지 군에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7명 전원의 팀 활동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팝의 선봉을 이끌고 있던 그룹이기에 최전성기에 발표한 이같은 활동 중단 선언의 파장은 컸다.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각국의 외신들도 일제히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글로벌적인 K팝 시장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발표한 ‘버터’로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1위를 차지하고 총 6개의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하는 등 K팝 그룹으로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BTS의 기록은 BTS가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방탄소년단_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_단체

이들은 단체 활동 중단 선언 이후에도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웠다. 16일 국내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 차트에 따르면, ‘프루프’의 초동 판매량은 275만장을 넘기며 올해 발매된 앨범 중 가장 높은 초동 기록이자 방탄소년단의 역대 초동 기록 2위란 쾌거를 거뒀다. ‘프루프’는 지난 10일 발매 하루 만에 판매량 215만장을 돌파하며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K팝 시장에서 발매 하루 만에 더블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이런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 방탄소년단이 스스로 1막의 문을 닫았다.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중단 선언 후 15일 하이브 주가는 매출 감소 우려로 20% 이상 폭락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브가 지난해 올린 영업이익 1903억원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뮤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1160억원(67%)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이브의 주가 하락은 향후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대한 불안감의 방증이기도 하지만 멀리 보면 글로벌 팝 시장에서 K팝의 상승세에 대한 불투명성도 작용했다는 시각도 많다.

방탄소년단_제64회 그래미 어워드 레드카펫_단체

방탄소년단은 올 하반기 제이홉을 시작으로 RM, 슈가, 뷔 등이 솔로 앨범을 낼 예정이다. 멤버들이 솔로로 나설 경우 그룹 활동만큼 폭발적 인기를 모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업계에선 방탄소년단의 솔로 활동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은 발매된지 시간이 한참 지난 앨범까지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글로벌 팬덤을 다진 그룹이기 때문에 솔로 앨범 역시 웬만한 K팝 그룹 못지않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룹이 아닌 솔로 활동의 리스크도 분명 있겠지만, 각자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돌아왔을 때 7명이 함께 낼 시너지는 더욱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자연스럽게 ‘포스트 BTS’는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K팝의 힘을 스스로 증명해내고 불가능이라 여겼던 수많은 것들을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당당히 이뤄내며 K팝 글로벌화의 물꼬를 텄다. 이에 K팝 시장 자체도 방탄소년단의 등장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후발 K팝 그룹들의 성장세도 매섭다. 블랙핑크, 트와이스부터 세븐틴, 에이티즈,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유럽과 북미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며 급성장하고 있다. 한 해외 공연 관계자는 “이미 K팝 시장의 판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그룹 활동을 중단하더라도 K팝 시장 자체가 당장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탄소년단의 활동 중단 선언이 향후 K팝 시스템에 전환점이 되려면 아이돌 산업의 고질적 병폐를 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탄소년단이 ‘번아웃’을 호소하게 된 배경에는 ‘빠른 주기의 육성과 소비’라는 병폐가 존재했다. 단체 숙소 생활과 칼군무 등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시스템에서 방탄소년단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K팝 성공 신화 이면에 가려졌던 아이돌 양산 시스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방탄소년단_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_단체

결국 이번 사태가 K팝 시장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한국 아이돌 시스템 변화의 노력에 달렸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이번 방탄소년단의 사례를 가슴 아프게 새겨야 한다. ‘포스트 BTS’가 나오고, 방탄소년단이 그룹 활동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병폐가 계속된다면 K팝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그동안 아티스트를 성장시키기보다는 공장처럼 단시간 내에 소모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계적 양산 시스템이 이번 방탄소년단의 문제 제기로 달라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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