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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배우근 기자]“이젠 감독님이라 불러야 하나요?”라고 인사하자 이승엽(46)은 “아닙니다”라며 특유의 웃음을 터뜨렸다.
스포츠서울은 창간 37주년을 맞아 ‘최강몬스터즈’의 초대사령탑 이승엽을 21일 이승엽야구장학재단에서 만났다. 최강몬스터즈는 예능 아닌 다큐를 지향하는 JTBC ‘최강야구’의 레전드팀이다. 지난 21일 뜨거운 관심속에 3회가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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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경기 상황마다 표정이 바뀐다고 하자 이승엽은 “프로야구 감독은 감정을 보이지 않지만 방송은 다르다. 나는 표정변화가 없는 편이라 감정을 좀 드러내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수들 활약에 따라 표정을 짓고 있는데 여전히 익숙치 않다. 그래도 지금 이정도가 가장 최고로 하는 것”이라고 방싯했다. 별개로 방송에서 이승엽을 담는 카메라는 집요하다. 그의 눈동자까지 클로즈업으로 훑는다. 사실 눈빛으로도 그의 감정 변화는 충분히 읽힌다.
그런데 야구인 이승엽은 왜 예능출연을 결정했을까.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이승엽은 “제안이 왔을때 무척 좋았다. 프로야구는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유니폼을 입는게 설렜다. 내가 나이가 가장 많지만 멤버들과의 조화도 좋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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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을 맡고 있는 장시원 PD의 진심도 통했다. ‘도시어부‘와 ‘강철부대’를 히트시킨 장 PD는 이승엽에게 “재미있게 안해도 된다. 이겨야 한다”라고 했다. 예능을 가장한 진짜 승부라는 것. 그런 제작 의도가 이승엽을 비롯한 레전드 선수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박용택, 송승준, 이택근, 정성훈, 심수창, 정근우, 장원삼, 서동욱, 정의윤, 유희관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과 아마추어 후배들과의 대결도 의미있다.
이승엽은 “덕수고와 충암고에 이어 더 높은 레벨의 팀과 경기한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쉽지 않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아마추어 야구가 더 많은 관심을 받길 바란다”라고 참여 이유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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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경기의 뚜껑이 열리자 일가를 이뤘던 레전드 선수들이 몸을 던졌다. 경기내내 허슬플레이를 선보인 것. 방송제작 전까지만 해도 은퇴 선수들이 현역 고교선수를 상대로 이기기 어렵다는 예상이 많았다. 이승엽 본인도 승리에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최강몬스터즈는 연승행진 중이다.
이승엽은 “7할 승률을 못하면 프로그램이 폐지된다. 열심히 안 할수가 없다”라고 웃으며 “몬스터즈 선수들이 정말 준비를 열심히 한다. 고교 투수의 140㎞대 공을 칠수 있을까 싶었는데 경기를 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몸속에 있던 DNA가 나오는거 같다. 지켜보며 진한 감동을 느낀다”라고 미소지었다.
그런데 조금은 의외다. 최강 몬스터즈는 공중전까지 경험한 베테랑들이 모인 팀이다. 이승엽은 그들과 현역시절 함께 뛰었기에 그들의 기량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수시로 울컥한다. 서동욱이 장충고 상대로 홈런을 쳤을 땐 “내가 친 것 보다 더 기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승엽은 “고교 투수를 상대로 홈런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타격훈련을 했지만 타구가 외야까지 안나갔다”며 “서동욱이 젊은 편이긴 해도 홈런은 정말 예상 못했다. 첫 경기를 앞두고 모였을때만 해도 선수들이 잘 움직이지 못했다. PD에게 ‘어렵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에 놀라고 있다. 이 멤버로 같이 하게 돼 정말 좋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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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나간 뒤 주변의 반응은 좋다. 다음편 내용을 묻는 이들도 많다. 이승엽은 “3회에 대주자로 나선 장면이 나갔다. 그랬더니 다음엔 내가 타석에 서는지, 홈런은 치는지 많이들 물어보신다”라고 반향을 전했다. “그래서?”라고 되물어보니 이승엽은 입꼬리를 올리며 “방송을 봐달라. 스포일러라 공개 못한다. 회를 더할수록 더 재미있어 진다고만 말씀 드리겠다”라고 시치미를 뗐다.
최강야구는 이승엽에게 단순한 야구 프로그램이 아니다. 배우고 체득하는 과정이다. 현역으로 뛸때 보이지 않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해설위원과 달리 감독으로 작전을 지휘하며 체감하는 것도 많다. 아직 미방송분으로, 투수교체 실수에 대한 내용이 있다.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오판이다. 이승엽은 그 상황을 곱씹으며 “야구를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씩 더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물론 이 내용도 곧 공개된다.
그런데 궁금하다. 방송이 아닌 실제 프로야구 지도자의 모습도 이승엽의 미래에 있을까. 그는 “사실 말씀드리기 굉장히 조심스럽다. 다만 언젠가 좋은 기회가 되면…”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계속 준비하고 있다. 최강야구 출연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공부라고 생각한다. 야구는 정점이 없는데 여전히 그곳을 향하고 있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고 평생 야구인이다”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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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마지막으로 스포츠서울과의 인연을 밝혔다. 그는 “내가 현역으로 뛸 때 스포츠서울의 야구기록이 가장 디테일했다. 그 기록지는 대구집에 잘 보관되어 있다. 부친께서 매일 스크랩하셨다”라고 했다.
또한 동기부여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승엽은 “스포츠서울 1면에 자주 나왔는데 처음엔 내가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1면에 나오고 관심도 높아지니까 나 스스로 맞춰가게 됐다. 심리적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성적도 급상승했다”라고 고마워했다. 이에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국민타자 덕분에 스포츠서울 지면이 더 빛났다”고 화답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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