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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우리는 미국인들이 매우 개인주의적인 삶을 산다고 안다. 그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족은 최상의 개념이다. 직장, 학교에서 가족과 관련된 일은 이유불문하고 허가된다. 설령 거짓이라고 해도 허가를 해야 한다.
다저스타디움을 일찍 취재갈 때 늘 어린 아이들이 구장에서 논다. 선수들의 자녀다. 한국에서 어림도 없는 일이다. 미국의 야구장, 코트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목 부상으로 일찍 은퇴한 프린스 필더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구장에서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훈련할 때 알루미늄 배트로 대형홈런을 치는 것을 보고 모두가 대성할 떡잎으로 알았다.
켄 그리피 주니어가 뉴욕 양키스를 싫어했던 이유는 아버지가 이 팀에 몸담았을 때 라커룸에서 첫 인상이 나빴기 때문이다. 홈런왕 배리 본즈가 배트를 유난히 짧게 잡는 이유는 아버지 보비 본즈의 방망이를 휘두르려고 하다가 힘이 부쳐서였다. 전 뉴욕 양키스 조 지랄디 감독은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 전 아들과 캐치볼을 하고 타격도 시켰다. 이 때 지랄디의 아들을 봐준 게 LA 다저스 코치 트레이 힐만(SK 와이번스 감독 역임)이었다. 이런 일화들은 수없이 많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에 등판할 때 그의 모친이 항상 카메라에 잡혔다. 국내에서는 SK 김광현의 부인, 자녀. 장모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부시스타디움을 찾아서 팬들은 알았다. 카메라맨들은 어떻게 류현진의 모친, 김광현의 부인을 알았을까. 구단이 가족을 위한 무료 티켓을 주기 때문이다. 어느 좌석 구간이 가족들 관람석인지 대략 알 수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3루 덕아웃 쪽 관전하기 아주 좋은 좌석을 준다. 이는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전 메이저 종목이 동일하다. 미국 구단의 가족 우선 방침에서 기인한다. 구장마다 가족 대기실도 있다.
정규시즌에는 선수에게 필요로 하면 무료 티켓을 2장씩 준다. 본인이 필요없을 때는 선수들이 모아서 특정 선수에게 몰아준다. 가령 필라델피아가 고향인 선수가 필리스 원정에 갈 때는 선수들이 티켓을 몰아준다. 루키 데뷔전 때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이 대거 관전하는 게 이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때는 티켓이 무료가 아니고 구입해야 한다. PO 티켓을 구입이 어려운 터라 선수는 특혜를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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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NHL 콜로라도 애벌랜치는 탬파베이 라이트닝 홈링크에서 2-1로 승리를 거두며 스탠리컵 우승을 차지했다. 링크에서의 세리머니는 콜로라도 선수와 가족들의 잔치였다. 부모, 부인,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대거 링크에서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ABC 방송은 이 장면을 빠지지 않고 방영했다. 가족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선수들의 우승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월드시리즈, NBA, NFL 슈퍼볼 모두 같다.
예전 LG의 한 스타플레이어는 잠실구장에 들어갈 때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선수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라 이들의 플레이에 감사하고 그만한 대접을 해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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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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