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적시타 치는 두산 박세혁
두산 박세혁이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 5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한화 이재민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뒤에는 될 것 같대서 앞에 나가라했죠.”

지휘봉을 잡은 이래 최악의 시즌을 치르고 있는 두산 김태형 감독은 팀 위기를 웃음으로 승화했다.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김 감독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홈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급히 교체했다. 당초 포수 장승현이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박세혁이 마스크를 쓰기로 했다. 배경에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김 감독은 특유의 농담조로 “(박)세혁이가 뒤(경기 후반)에는 나갈 수 있다길래 그러면 먼저(선발) 나가고 3, 4회쯤 하다가 아프면 얘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뒤에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경기 후반에 대타나 대수비로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라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김 감독의 반문. 그는 “선발로 나가서 경기를 치르다가 아프면 교체하는 게 맞다. 상대 선발 투수가 에이스급이어서 4~5회 정도면 대충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경기 후반에는 상대적으로 구위가 약한 투수가 나올 수도 있고, 여차하면 출전하지 않을 수 있으니 ‘뒤에는 된다’고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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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이 25일 잠실 KIA전에서 마운드를 방문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나름의 추론을 전개하던 김 감독은 “사실은…”이라며 박세혁을 선발 포수로 급히 내세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장)승현이가 타격훈련 도중 허리에 담이 왔다고 한다. 평소라면 컨디션이 안좋은 선수에게 굳이 선발 출장하라는 얘기를 안한다. 포수 한 명을 1군 엔트리에 등록(안승한)했지만, (장)승현이가 마스크를 쓸 수 있다는 가정하에 불러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1군 경험이 없는 선수에게 선발 마스크를 맡길 수는 없으니 주전 안방마님인 박세혁에게 부탁을 한 셈이다.

웃음으로 긴급한 상황을 설명했지만, 두산의 민낯이 공개된 순간이기도 하다. 이날 두산은 정수빈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고, 김재환을 벤치에 앉혀뒀다. 정수빈은 골반 타박 탓에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렵고, 김재환은 무릎 통증으로 컨디션 조절을 해야 그나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태다.

7연속시즌 한국시리즈 진출 위업을 달성한 ‘왕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왕조 주역들은 프리에이전트(FA) 권한을 얻자마자 팀을 떠났고, 그나마 자리를 지키던 선수들은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싸울 전력이 안되는 게 눈에 보이는데도 중위권 싸움을 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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