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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피지에프(왼쪽)가 라파엘 도스 안요스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 UFC

[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세상에 라파엘은 두 사람밖에 없다. 라파엘 나달과 라파엘 피지에프 뿐이다.“

라파엘 피지에프(29·키르키즈스탄)가 기세 등등하다. 지난 10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UFC on ESPN : 도스 안요스 vs. 피지에프’가 열렸다. 메인이벤트는 라이트급 매치로 전 챔피언 라파엘 도스 안요스(37·브라질)와 5연승의 폭발적인 기세를 자랑하는 라파에 피지에프가 장식했다. 두 명의 ‘라파엘’이 맞붙은 대결에서 피지에프는 가공할 파괴력으로 안요스를 5라운드 18초 만에 펀치에 의한 KO로 승리하며 6연승을 달성했다. 랭킹7위 안요스를 꺾은 피지에프는 타이틀샷을 정조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1,2,3 라운드는 모두 피지에프의 우세였다. 안요스보다 9살이나 어린 피지에프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압박했다. 특히 타격에 우위를 보였다. 4라운드는 베테랑 안요스의 라운드였다. 채점에서 뒤지고 있음을 간파한 안요스는 접근전을 통해 유효타 전략으로 나섰고, 성공했다. 피지에프의 얼굴에 묵직한 주먹을 얹으며 전 챔프다운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5라운드에서 안요스는 너무 성급했다. 4라운드의 우세를 이어간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피지에프에게 파고들다 되레 카운터에 걸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18초 만이었다. 이로써 피지에프는 6연승을 거두는 쾌속 순항을 이어갔다.

피지에프는 한국 팬에게도 낯이 익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로드FC 39와 45 대회에서 김승연과 난딘에르덴을 각각 니킥과 펀치에 의한 TKO, 헤드킥과 펀치에 의한 KO로 승리했다. UFC에 진출한 피지에프는 첫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이후 5연승을 달리며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안요스를 꺾음으로써 랭킹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피지에프는 경기가 끝나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상에서 라파엘은 두 명밖에 없다. 테니스 황제 라파엘 나달과 나 뿐이다”라며 한껏 자신을 추켜세웠다. 이어 “다음에는 랭킹 3위인 저스틴 개이치와 붙고 싶다. 개이치를 이기면 톱5에 드는 것은 물론 타이틀샷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며 야망을 드러냈다.

UFC에서 라이트급처럼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체급은 없다. 챔피언인 찰스 올리베이라가 UFC 274에서 개이치에게 승리하고도 계체 실패로 타이틀을 박탈당했지만, 올리베이라를 비롯해 개이치, 코너 맥그리거, 마이클 챈들러, 더스틴 포이리에, 토니 퍼거슨 등 흥행의 지표인 PPV(pay-per-view)를 좌지우지하는 스타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피지에프가 앞서 거론한 개이치에게 승리하면 타이틀샷은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슈퍼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마르 누르마고메도프

피지에프의 선전에 힘입어 실력 넘치는 파이터들이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우마르 누르마고메도프(26)와 이슬람 마카체프(30)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샤브캇 라흐모노프(27) 등이다. 아직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커리어를 보면 당장에라도 타이틀전을 펼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우마르는 29승 무패 ‘무적’의 타이틀을 갖고 은퇴한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사촌 동생이다.

우마르는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on ESPN 38’ 밴텀급 매치에서 네이트 매니스에게 승리하며 15승 무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비록 UFC에서는 3연승에 불과하지만, 하빕의 지도를 받으며 경기를 치를 때마다 일취월장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마르는 “나는 톱10, 톱5 안에 있는 선수들을 차례로 이기고 챔피언 벨트를 놓고 싸우게 될 것이다. 나에게는 모든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챔피언이 되겠다“라며 ‘무패’ 챔피언에 대한 야망을 분명히 했다.

◇이슬람 마카체프

우마르와 함께 하빕이 조련하고 있는 이슬람 마카체프도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 마카체프 22승1패라는 눈부신 전적이 있다. 최근 마카체프는 드류 도버, 티아고 모이제스, 댄 후커, 보비 그린 등 상위랭커들을 4연속으로 피니시로 끝내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스승인 하빕의 후원도 든든하다. 하빕은 최근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를 향해 ”올리베이라와 마카체프가 10월 22일 (중동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UFC 281에서 맞붙어야 한다. UFC로서는 최고의 선택지다. 완벽한 날짜, 완벽한 장소, 완벽한 파트너다. 11연승(올리베이라)과 10연승(마카체프)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어서 대안이 없다”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샤브캇 라흐모노프

라이트급보다 한 체급 위인 웰터급의 샤브캇 라흐모노프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각인시켰다. 우즈베키스탄 최초로 UFC에 입성해 국민적인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라흐모노프는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on ESPN 38’에서 베테랑 닐 매그니를 2라운드 4분 58초, 종료 2초 전에 길로틴 초크로 물리치며 16연승, 16연속 피니시 승이라는 괴력을 발휘했다.

UFC 기록은 4승이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단체인 M-1 글로벌에서 챔피언에 오르는 등 실력을 검증받았다. 라흐모노프는 매그니에게 승리하며 랭킹도 15위에서 10위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라흐모노프의 강점은 올라운더 형 파이터라는 점이다. MMA 파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타격과 그래플링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한다. 라흐모노프는 8번의 (T)KO승과 8번의 서브미션 승으로 16연승을 기록했다. 모두 피니시 승으로 강렬하기 짝이 없다. 한 차례만 3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냈을 뿐, 2라운드에서 6번, 1라운드에서 9번을 피니시하는 등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라파엘 피지에프를 비롯해 우마르 누르마고메도프, 이슬람 마카체프, 샤브캇 라흐마노프가 주목받고 있는 점은 실력 외에 나이다. 서른 살의 마카체프를 제외하고 모두 20대의 혈기 왕성한 나이다. UFC 8체급에서 20대 챔피언은 라이트 헤비급의 이리 프로하즈카(체코) 뿐으로 29살이다. 플라이급의 데비손 피게레도(34·브라질)부터 헤비급의 프란시스 은가누(35·카메룬)까지 모두 30대의 나이다. 최강의 실력을 갖춘 20대가 옥타곤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차례가 됐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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