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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어릴 때부터 손아섭 선배님 같은 타자가 되고 싶었어요. 키는 좀 작아도 중장거리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자요. 선배님과 제 이름이 함께 있는 기사도 나오고 정말 영광입니다.”
지근거리에서 그를 지켜본 모두가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3일 영원히 등번호 33번을 남긴 박용택 KBS N 해설위원도 그랬다. 박 위원은 “좋은 타자라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은퇴식날 눈앞에서 타격 훈련을 보니 생각보다 더 좋은 타자더라. 투수들은 던질 곳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외야수로서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밟은 박 위원은 “네가 나보다 낫다”고 덕담도 건넸다. 올시즌 신데렐라맨으로 떠오른 LG 외야수 문성주(25) 얘기다.
박 위원의 말처럼 결점을 찾기 힘든 타자다. 기록만 봐도 그렇다. 문성주는 전반기 57경기 224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43·OPS(출루율+장타율) 0.917로 활약했다. LG에서 200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 중 유일하게 OPS 0.900을 넘겼다. 리그 전체로 시야를 돌려도 마찬가지다. 2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타율 1위, 출루율(0.447)1위다. 볼넷 33개에 삼진 21개로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처음 1군 풀타임을 치르는 선수의 기록으로 믿기 힘들다.
그냥 나온 결과가 아니다. 김현수가 유일하게 인정한 신예 또한 문성주다. 김현수는 “어린 친구들 중 문성주를 제외하면 아직 게으른 부분이 있다. 문성주는 아니다. 언제나 진중하고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늘 그랬다. 2018년 입단했을 때부터 문성주는 코칭스태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1군으로 올라선 비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류지현 감독은 “황병일 수석코치님께서 2군 감독을 하면서 성주에 대한 좋은 평가를 하셨다. 타격하는 스타일도 좋고 야구에 임하는 자세도 정말 좋다고 하셨다. 수석코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 팀에서 드문 유형의 타자이자 필요한 타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진중하면서 당차다. 문성주는 작년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첫 포스트시즌임에도 안타 후 세리머니까지 펼쳐보였다. 2021년 11월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문성주는 당시를 돌아보며 “재미있었다. 사실 긴장은 그 전에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정규시즌 끝까지 순위 경쟁을 했는데 그 때가 더 힘들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시즌 때 못했던 것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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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은 없다. 전반기 모습이 깜짝 활약이 아님을 증명하는 데 집중한다. 문성주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타격감이 좋았다. 쉽게 죽지 않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면서도 “아직 나는 경험이 부족한 타자다. 한 시즌도 끝나지 않았다. 후반기가 남은 만큼 후반기에도 잘 해야 내가 어떤 타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창기형의 조언을 받아 지금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는데 후반기에도 이어진다면 그때 정말 내가 잘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지난해 풀타임 첫 해를 보낸 홍창기는 타율 0.328·출루율 0.456을 기록하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 전반기 문성주와 비슷한 수치다. 문성주의 도약으로 LG는 골든글러브급 외야수를 한 명 더 얻었다. 팀에 힘이 붙었고 전반기 리그 최고 타선을 구축했다. 꾸준히 점수를 뽑으면서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올라가고 언제든 이길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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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주는 “작년 막판에 1군으로 올라왔다. 그 때는 모든 경기가 힘들었다. 점수 뽑기도 힘들어서 1점이라도 내주면 ‘어떻게 따라잡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는 정반대다. 점수 내줘도 ‘뒤집어 보자’는 생각이 든다.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재미있다. 내가 살아나가면 뒤에 (김)현수형, (채)은성이형이 해결해주니까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막강 타선에서 핵심 구실을 하는 소감을 전했다.
목표는 꾸준함이다. 문성주는 “5월초 부상 당하기 전에 타율과 출루율 순위표에 내 이름이 있어서 신기했다. 내 이름이 정말 대단한 선배님들과 함께 있으니 어색하고 놀라웠다”며 “하지만 캡처는 하지 않았다. 특별히 개인성적에 대한 욕심도 없다. 내가 잘해서 팀이 이기는 데에 보탬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즌 끝나고 다시 순위표에 내 이름이 올라오면 그 때 캡처하겠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5월초 부상으로 3주 이상 이탈한 문성주는 규정타석까지 45타석이 남았다. 앞으로 4주 이상 선발 출장하면 다시 규정타석에 진입할 수 있다.
LG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박해민과 손아섭을 두고 고심했다. 고심 끝에 수비와 주루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박해민을 선택했다. 그리고 당시 선택은 문성주의 성장과 맞물려 보다 균형 잡힌 외야진을 만들었다. 문성주는 “어릴 때부터 손아섭 선배님 같은 타자가 되고 싶었다. 키는 좀 작아도 중장거리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손아섭 선배님이 치는 것을 보면 타구가 강하고 빠르다. 나도 그런 타자가 되고 싶었는데 선배님과 내가 비교되고 내 이름이 함께 있는 기사도 나온다. 정말 영광”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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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로 삼은 꾸준함을 이룬다면 손아섭처럼 매년 수많은 안타를 기록할 것이다. 수많은 안타와 함께 늘 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도 설 수 있다. 문성주가 오는 가을에 그리는 그림도 비슷하다. 그는 “늘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부모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그런데 정작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부모님을 야구장에 초대해드리지 못했다.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꼭 울산에 계시는 부모님을 초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전반기 간단 리뷰팀 성적: 52승 31패 1무 승률 0.627 (3위)
팀 평균자책점 3.64(3위), 선발 평균자책점 4.04(6위), 불펜 평균자책점 3.11(1위)
팀 타율 0.270(1위), 팀 홈런 72개(1위), 팀 OPS 0.748(1위)
전반기 최고선수 3명: 김현수 83경기 361타석 타율 0.290 19홈런 71타점 OPS 0.889
케이시 켈리 16경기 98.2이닝 12승 1패 평균자책점 2.28
고우석 38경기 36이닝 1승 1패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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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7월 22일~24일 창원 NC전
NC에 시즌 전적 6승 1패 우세.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잠실 3연전 1승 2우취
◆예상 선발 로테이션22일 창원 NC전(켈리)~23일 창원 NC전(김윤식)~24일 창원 NC전(배재준)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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