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MLB-NYM-SD/
뉴욕 메츠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 뉴욕 | USA투데이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인 맥스 슈어저(38)는 전통론자다. 세이버 매트릭스, 트래킹 데이터,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 등 지금까지 큰 이슈가 된 사안들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렇다고 마냥 입장을 고수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시대의 흐름을 수용했고 본인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슈어저는 세이버 매트릭스 투수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을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로 꼽은 바 있다. 그는 “투수가 삼진을 많이 잡고 볼넷을 적게 하며 홈런을 맞지 않으면 좋은 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FIP의 본질을 설명했다.

올해부터 도입된 피치컴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이다. 슈어저는 피치컴 사용에 대해 “바보 같은 장치이자 야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부터 투수들이 피치컴을 사용할 때 슈어저는 자신은 피치컴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피치컴은 포수가 내는 투구 사인을 기계화한 장치다. 포수는 팔 밴드에 장착된 기계를 활용해 투수와 야수들에게 사인을 낸다. 밴드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투수와 야수들은 모자에 붙은 작은 스피커를 통해 구종과 코스를 전달받는다. 가령 포수가 몸쪽 낮은 코스 속구 사인이 필요하면 포수는 피치컴에 설정해둔 버튼을 눌러 투수와 야수들에게 전달한다. 버튼을 누르자 마자 투수와 야수들은 “포심 패스트볼 로우 인사이드”라는 기계음을 듣고 이에 맞춰 움직인다.

피치컴
MLB 사무국이 운영하는 MLB 네트워크 채널에서 피치컴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캡처 | MLB 네트워크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피치컴을 선호하는 포수와 투수가 늘고 있다. 피치컴을 사용하면 복잡하게 사인을 주고 받을 필요가 없다. 사인 미스로 폭투나 포일이 나올 확률도 낮아진다. 상대 주자가 사인을 훔쳐서 구종이 간파될 일 또한 없다. MLB 사무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스피드업에도 효과적이다. 긴 수신호 없이 버튼 한 번에 소리 한 번만 들으면 된다.

당초 피치컴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슈어저는 지난달 29일 뉴욕 양키스와 경기에서 처음으로 피치컴을 사용했다. 포수 토마스 니도가 슈어저에게 피치컴을 사용할 것을 꾸준히 권유했고 니도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경기 후 슈어저는 “투구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피치컴이 허용되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는 데 있어 피치컴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그런데 사인 훔치기도 경기의 일부다. 나는 내가 지닌 복잡한 사인 체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내가 다른 투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계를 사용하면 2루 주자가 투구 사인을 훔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투수다. 사인 훔치기를 이용하는 것도 투수의 능력”이러며 “다시 피치컴을 사용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포수가 원하면 고려는 하겠지만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슈어저처럼 베테랑 투수들은 반대 의사를 보이지만 포수와 젊은 투수들은 피치컴을 선호한다. 즉 머지 않아 피치컴이 대세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 슈어저 또한 과거 여러가지 사안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매경기 피치컴을 사용할 수 있다. 포수와 호흡이 잘 이뤄지고 템포에서 타자에게 우위를 점한다면, 투수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KBO리그 또한 이를 유심히 바라본다. SSG 김원형 감독은 피치컴에 대해 “사인 미스는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익숙해지면 선호하게 되지 않을까”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야구 고유의 부분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야구는 수시로 사인을 주고 받는 스포츠다. 벤치부터 그라운드에 있는 코치, 그리고 선수까지 늘 사인을 주고 받으며 경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갑자기 사인이 하나 둘 사라지면 굉장히 어색하고 허전할 것 같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MLB 피치컴 진행 상황을 꾸준히 파악하고 있다. MLB에서도 올해 첫 시행이라 찬반 여론이 있더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당장 도입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럽다”고 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