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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부산=심언경기자] 천막에서 영화의전당에 이르기까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이 10년간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어느덧 장성한 ‘부코페’는 이제 부산을 넘어 세계로 뻗어간다. K-코미디의 효자 노릇을 기대할 만한 분위기다.
19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10회 ‘부코페’ 개막식이 개최됐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진행을 맡았고, 국내외 개그맨들이 참석해 블루카펫을 밟았다. 유명 개그맨부터 라이징 스타까지 한데 모인 가운데, 관객 4000여명이 운집해 축제의 화려한 시작을 함께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MC 송은이는 “작은 무대에서 시작했는데 큰 축제가 됐다. 명실상부 부산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넘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자리잡게 됐다”며 밝혔다. 이어 “4회 때 총괄 기획과 연출을 맡았고, 6회 때 셀럽파이브 멤버들과 개막식 축하 무대를 했다. 그래서 각별하다”며 감격했다.
육중완밴드와 ‘스트릿 개그우먼 파이터’ 팀의 축하 공연이 끝난 후 개회선언이 이어졌다. 김준호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의 공통 언어는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코미디언들이 전 세계에 평화를 전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제코미디페스티벌협회(ICFA) 출범을 알렸다. 부산광역시 이병진 행정부시장은 “한층 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토록 시끌벅적한 ‘부코페’는 3년 만이다.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객석을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났다. 마침 10주년에 대면 행사로 전환할 수 있어 더욱이 뜻깊은 자리였다.
서울에서 온 20대 관람객 이모씨는 “부산 여행을 계획하는데 ‘부코페’가 열린다고 하더라. 그냥 호기심에 참가했는데 이렇게 큰 행사인지 몰랐다. ‘숏박스’, ‘까브라더쑈’ 공연을 볼 계획이다. 생각보다 더 기대된다”며 “개막식에서 임하룡 씨, 전유성 씨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개그맨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얘기했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여러 번 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에서 코미디 공연을 보니까 신기했다. 이런 행사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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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페’는 무작정 몸집만 불린 모양새가 아니었다. 10주년을 맞은 만큼 내실있는 구성이 돋보였다. 5060세대부터 MZ세대까지 각 연령대가 선호할 공연으로 라인업을 꽉 채웠다. 여기에 ‘개그페이’ 등 신개념 결제 방식을 도입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취재진은 20일 공연 중 ‘쇼그맨’(박성호 정범균 김원효 김재욱 이종훈)과 ‘까브라더쑈’(곽범 이창호 유영우 이재율 강현석)를 관람했다. ‘쇼그맨’에서는 KBS2 ‘개그콘서트’를 주름잡았던 개그맨들의 관록과 노련미가 상당했고, MZ세대가 선호하는 플랫폼 유튜브를 기반으로 성장한 ‘까브라더쑈’에서는 MZ세대의 취향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쇼그맨’의 다채롭고 알찬 코너 구성,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이 눈에 띄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정범균은 시작부터 관객 중 한 명을 지목해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냈다. 그와 호흡하며 공연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운 50대 이모 씨는 “‘부코페’를 보기 위해 밀양에서 왔다. 매년 오려고 하는 편이다. 김원효 씨의 팬이라서 ‘무엇이든 물어보세효’ 코너가 제일 좋았다. 꽤 많이 왔지만 이렇게 공연에 참여한 경우는 처음이다. 너무 재밌었다. 다음에도 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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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쇼그맨’과 ‘변기수의 (목)욕쇼’ 공연장인 부산예술회관에서는 ‘개그페이’ 전용석이 운영됐다. ‘개그페이’는 좌석에 설치된 태블릿PC 카메라가 관객의 웃는 표정을 인식해 그 횟수를 측정하고, 웃음 1회당 500원으로 쳐 산정된 관람료를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웃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무한정 웃어도 상한선이 있어서 티켓 정가 2만원만 내면 된다. 관객 유입 측면에서 실효성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 해당 공연팀의 자신감이 돋보였다. 실제로 한 관객은 공연 중 수백 번 폭소했으나, 25회 웃음을 터트린 기자와 같은 티켓값을 지불하면 됐다.
‘부코페’ 조광식 부위원장은 ‘개그페이’에 대해 “스페인에서 시도했던 결제 시스템으로 안다. 극장에 도입됐었는데 그 극장이 없어져서 ‘개그페이’가 유일하다”며 “세계에서는 ‘코미디페이’로, 한국에서는 ‘개그페이’로 쓰일 것이다.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연계에서 IT기술 관련 특허를 낸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코페’는 지난 1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부산 곳곳에서 열린다. 인디 팀의 무료 공연 ‘코미디 스트리트’는 해운대 구남로 뮤직존에서, 극장 공연은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부산은행 본점 2층 오션홀, KNN시어터, 부산디자인진흥원 이벤트홀, 부산예술회관에서 진행된다. 스위스 몽트뢰 코미디페스티벌에서 개발한 ‘코미디버스’(코미디+메타버스)를 통해 국내외 유명 코미디 공연도 즐길 수 있다.
notglasse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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