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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의 이강인.출처 | 마요르카 SNS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골든보이’의 잠재력이 터질 날이 왔다. 감독의 믿음 속에 이강인(21·마요르카)은 날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이강인은 이달 개막한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 1~2라운드 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경기를 소화한 시간도 길었다. 16일 아틀레티코 빌바오전에서 86분을 뛰었고, 21일 레알 베티스전에서는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빌바오전에서 총 4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는데 이강인은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이강인은 30경기에서 총 1408분을 소화했다. 경기당 46.9분에 불과했다. 아직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만 확실히 달라진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기레 감독이 베티스전에서 이강인에게 풀타임을 맡긴 이유가 있었다. 이강인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최종 수비와 골키퍼 사이로 떨어지는 절묘한 크로스로 베다트 무리치의 헤더 동점골을 도왔을 뿐 아니라 키패스 3회, 드리블 6회, 슛 4회 등 공격의 모든 지표에서 팀을 리드했다. 골대를 때리는 강력한 프리킥도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경기 후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극찬했다. 그는 “이강인은 매우 잘했다”라며 “자유를 주면 응답하는 선수다. 속도를 가졌고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가 필요하다. 계속 이런 플레이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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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출처 | 마요르카 SNS

‘자유’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강인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다. 수비력이 부족하지만 기술이나 킥의 정확도, 창조적인 플레이는 이미 라리가에서도 통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공격 외 요소들이었다.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 재능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미드필더는 당연하고 심지어 스트라이커에게까지 수비력을 요구하는 시대다. 여기에 스피드나 템포 조절 등에서도 약점을보였다. 이강인이 발렌시아와 마요르카를 거치는 동안 팀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배경이었다. 더불어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도 지속적으로 이강인을 외면했다.

지금까지 만났던 지도자들과 달리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 ‘사용법’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을 사실상 프리롤 형태로 뒀다.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공격적인 재능을 100%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전술을 구축했다. 그 결과 이강인은 약체였던 한국을 결승에 올려놨고,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보이에 선정됐다. 멕시코 출신의 아기레 감독은 개인기술이 뛰어난 이강인을 정 감독과 비슷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왼쪽에서 주로 경기를 시작하지만 이강인은 포지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아기레 감독이 지속적으로 이강인을 이런 식으로 활용한다면 이강인은 자신의 잠재력을 드디어 폭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쓰고 싶어 하는 지도자,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에게 귀인이 될 수 있을까.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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