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나는 (이)대호처럼 못할 것 같다.”
친구의 은퇴가 실감나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함께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때 모습부터 성인이 된 뒤 처음 호흡을 맞춘 대표팀 시절, 세계최고 선수들의 경연장인 메이저리그 무대에 나란히 선 장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곤 “참 많은 추억을 쌓았다”고 감회에 젖었다.
찬란했던 전성기를 지나 어느덧 끝을 생각해야 할 나이. 불혹에 접어든 추신수(40·SSG)는 “이제 친구들이 몇 명 안남았다. (이)대호가 은퇴투어하는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올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기로한 이대호를 야구 선수의 길로 끌어들인 이가 추신수다. 30년 넘게 우정을 쌓다보면 여러 곡절을 겪기 마련이지만, 친구의 인천 마지막 원정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커피차를 쏜 추신수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사진부터 메이저리그, KBO리그에서 함께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손가락 부상 탓에) 오늘은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하지만, 정말 고생많았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른바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은 세월의 무게 앞에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정근우 김태균이 그라운드를 떠났고, 올해 이대호가 은퇴하면, 오승환(삼성) 김강민 추신수(이상 SSG)만 남는다. 추신수는 “내게도 닥칠 일이어서, 이런(은퇴) 상황이 오면 ‘나는 어떡할까’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대호처럼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나는 야구장에 오는 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출근길이 아직도 설렌다. 은퇴를 예고하고,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것을 느끼며 구장에 오는 것은…. 나는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준비가 안됐다”며 현역생활 연장을 예고(?)한 추신수는 “그래서 대호가 더 대단하고 멋있다”고 말했다.
|
지난 25일 수원 KT전에서 2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들어가다 손가락을 다친 추신수는 “열흘이면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대호의 마지막 인천 원정에서는 함께 뛰지 못했지만, 곧 우리가 사직원정을 가기 때문에 그때는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직 원정에서는 최대한 많이 출루해서 대호와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고 ‘어떤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이대호가 1루수로 출장해야 가능한 일인데, 두 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인만큼 부산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싶었던 추신수, 그를 대신해 롯데의 상징이 된 이대호의 선수로서 마지막 투샷은 어떤 장르로 완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