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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성남시는 지난 1일 해체·매각설에 휩싸인 프로축구 K리그1 시민구단 성남FC의 연고 유지를 위해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100% 매각, 지분율 양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투자 유치로 축구단이 연간 100~150억원가량 쓰는 예산을 줄이는 게 근본 목적이다. 시민구단이니 축구단 예산은 시민 혈세로 충당한다.

프로구단이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것 자체는 좋은 방향이다. 그러나 주인이 ‘비리단체’라고 언급한 곳에 투자할 기업이나 개인이 얼마나 있을까.

성남 축구단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남FC는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구단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단이 과거 이재명(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남시장 시절 대기업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점 등을 빌미로 정치적 도구로 삼은 모양새다. 축구단 구단주가 자기 팀을 ‘비리단체’로 언급한 건 프로축구 39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축구단을 비리단체로 규정한 신 시장과 시가 구단을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는 건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어느 산업이든 투자자에게 필요한 건 명확한 비전이다. 성남 축구단은 신 시장의 말 한마디와 이에 동조한 일부 시의원의 태도로 순식간에 지역에 있어서는 안 될 ‘검은 조직’이 됐다.

성남시의 논리는 그저 축구단을 향한 정치 분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신 시장 인터뷰 이후 성남 서포터즈 ‘블랙리스트’는 SNS에 성명을 내고 구단 해체 반대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울산 현대전이 열린 탄천종합운동장 일대에서도 이들은 구단 존속에 대한 시민 동의를 받기위해 움직였다. 성남시의 축구단 투자 유치 발표는 이런 여론을 의식한 후속 조처다. 하지만 일련의 모순되는 과정을 두고 다수 축구인과 관계자는 성남시가 축구단 해체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것 아니냐며 비판적 시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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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제공 | 프로축구연맹

성남 서포터즈 외 다수가 구단 존속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그만큼 가치를 지닌 축구단이어서다. 성남 축구단은 33년 역사를 자랑하고 K리그 통산 7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을 차지한 명문 클럽이다. 이런 축구단이 성적뿐 아니라 행정적으로도 정상 궤도에서 멀어진 건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뒤다. 최근 5년 새 성남은 전 구단주가 대권주자로 나서면서 덩달아 정치권의 관심을 받아 여러 구설에 휩싸였다.

현재 다수 후원사와 지자체 기관이 축구단과 손잡는 것을 꺼린다. 홍보·마케팅 등 구단 사업 핵심 부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런 환경에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구단 주요 핵심 보직은 지속해서 성남시 공무원이 맡았다. 축구 행정에 정통한 인사가 아닌 정치적 인사가 결정권자이다 보니 선거 철마다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자연스럽게 프런트 경쟁력은 떨어지고, K리그1 연봉 지급액(지난해 기준 60억원)도 꼴찌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남의 현 상황은 주요 프런트, 선수, 팬의 책임이 아니다. 신 시장은 ‘성남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다. 정상화는 매각이나 해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구단주로서 축구단이 왜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분석하고 자생할 방안을 찾는 노력이 정상화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 신 시장이 전임 시장 체제 과오를 뒤집고 시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시민구단 본질에 부합하는 운영 능력을 뽐내면 지역민에 더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시민구단인 축구단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진실한 노력이 수반돼야 축구단의 제2, 제3의 미래를 그리는 것도 공감받을 수 있을 것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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