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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지금도 브라질전 실패 감정을 기억하며 훈련하고 경기한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의 목소리에서 굳은 결의가 느껴졌다. 지난여름 국내 잔류냐, 유럽 재진출이냐를 두고 고민한 그는 그리스 슈퍼리그 최고 명문 올림피아코스 러브콜을 수락해 항구도시 피레아스로 향했다. 그리고 적응기랄 것도 없이 ‘올림피아코스맨’으로 일찌감치 거듭났다. 지난달 아폴론 리마솔(키프로스)과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는데 동료와 어색함 없는 연계플레이를 펼쳤고, 데뷔골까지 넣었다. 이후 팀이 유로파리그 본선을 향하는 데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슈퍼리그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뛰며 핵심 요원이 됐다.
황인범은 최근 추석특집을 겸한 본지와 통화에서 “(소속팀 연고지가 항구도시여서) 출·퇴근길에 늘 바다를 본다. 9월 들어 날씨도 선선하다. 운동하기 딱 좋다”며 “러시아에 있을 땐 주위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모든 사람과 영어 소통이 가능하다. 적응하기에 더 수월한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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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충격파’ 유럽 복귀 채근질하다
2015년 만 18세로 K리그 대전에서 프로에 데뷔한 황인범은 창의적인 패스와 경기 조율 능력, 해결사 기질 등 미드필더로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고, 2019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밴쿠버에 입단, 해외 무대에 진출했다. 2020년 여름 루빈 카잔(러시아)을 통해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를 밟아 승승장구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린 올해 상반기 FC서울과 3개월 단기 계약(4~6월)을 맺고 K리그에 복귀했다.
애초 황인범은 11월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대비, 안정적으로 실전 감각을 쌓기 위해 서울과 연장 계약을 고려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브라질과 국가대표팀 평가전(1-5 패) 직후 유럽 무대 복귀를 결심했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불리며 빌드업의 핵심 역할을 한 그는 세계 최정상 ‘삼바군단’ 브라질의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 전개에 고전했다. “피지컬부터 기술까지 상대와 너무나 큰 차이를 느꼈다”고 입을 연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는 유로파리그처럼 높은 레벨에서 축구할 수 있는 팀이다. 이곳에서 볼 터치, 마지막 패스 정확도를 높이고 90분간 지치지 않게 경기할 수 있는 선수로 발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림피아코스와 자신의 색채가 맞닿는 점도 비전을 품게 한다. 황인범은 “초반 등록 문제로 관중석에서 세 경기를 지켜봤다. 동료들이 전진 패스를 못 하고 공을 뒤로 돌리니까 홈 팬의 야유가 엄청나더라. 그만큼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데 내가 지향하는 부분”이라며 “극성인 팬도 많지만 이런 열정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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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 떨어지면 (황)의조형 원망 들을까봐…
올림피아코스 생활이 더욱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생활 처음으로 한국인 동료와 한솥밥을 먹어서다. 그것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최전방 골잡이 황의조와 의기투합. 지난 시즌까지 프랑스 지롱댕 보르도에서 활약한 황의조는 오랜 고민 끝에 ‘올림피아코스 한 시즌 임대’ 조건을 내건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팀은 같은 구단주다. 애초 빅리그 직행을 바라던 황의조가 올림피아코스 임대 조건을 수락한 데엔 황인범의 존재가 컸다.
황인범은 “(황)의조형이 (전화로) 물었던 건 맞다. 이곳의 좋은 환경, 시설 등을 얘기해줬는데 ‘나야 형이 오면 좋지만 선택을 응원한다’고 했다”며 “우리가 유로파리그에 도전하는 데 혹시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면 (팀을 선택한) 의조형이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웃었다. 다행히 팀은 유로파리그 본선에 진출했다. 둘은 최근 리그 두 경기를 함께 뛰며 ‘그리스 코리언 듀오’ 시대를 열어젖혔다. 황인범은 “의조형과 나의 올해 목표 중 하나가 월드컵 활약 아니냐. 이곳에서 더 세밀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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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에서의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그리는 황인범은 “벤투 감독 밑에서 선수들이 4년간 함께해 믿음이 강하다. 대한민국 축구는 상대를 충분히 괴롭힐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끝으로 추석 덕담도 건넸다. “추석을 가족과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웃은 그는 “연휴 기간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많은 응원 보내주셨으면 한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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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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