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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마요르카의 이강인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이번시즌 이강인은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날개를 달았다. 멕시코 출신의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은 그에게 ‘자유’를 부여해 마음껏 뛰게 한다. 주로 왼쪽 측면, 혹은 최전방에 자리하는 이강인은 포지션의 구애를 받지 않고 1~2선을 오가며 공격을 이끈다.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정정용 현 서울 이랜드 감독이 활용했던 것과 유사하다. 팀에서 개인 기량이 가장 탁월한 이강인에게 경직된 팀 플레이를 요구하기보다는 창조적인 플레이로 공격에 힘을 보태도록 하는 작전이다.
그렇다고 이강인의 팀 플레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수비 가담 능력과 체력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1년6개월 만에 이강인을 재발탁한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이강인이 대표팀에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벤투 감독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지켜봤다. 우리도 그의 특징을 잘 안다. 기술, 판단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이강인을 칭찬하면서도 “계속해서 수비 과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 선수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팀적으로 고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라며 선수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4-1-4-1, 혹은 4-1-3-2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삼았고, 후방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정착시켰다. 2022 카타르월드컵이 2개월여 남은 현재 시점에 이강인을 프리롤로 활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술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강인이 팀에 녹아들어 보탬이 되는 게 더 중요한 시기다.
벤투 감독의 이강인 활용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강인은 4-1-4-1 포메이션에서는 2선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일단 측면의 손흥민과 2선 중앙의 황인범 자리는 ‘언터처블’이다. 결국 중앙의 이재성, 혹은 측면의 황희찬과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에 서면 황인범과 다채로운 패턴의 공격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측면에 서면 폭발적인 스피드로 직선적인 플레이를 하는 황희찬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공격을 펼칠 수 있다.
팀이 투톱으로 나설 경우에는 황의조나 손흥민의 파트너로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 설 수도 있다. 현재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은 장신 공격수 베다트 무리키 주변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수비 능력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비보다 창의적인 공격에 장점이 있는 선수다. 수비 부담이 비교적 적은 자리에 선다면 마요르카에서처럼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로 공격에 힘이 될 수 있다.
4-1-3-2 포메이션에서는 2선에 자리할 수도 있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투톱을 이루고 그 아래 황인범과 이강인, 이재성이 자리하는 그림이다. 이렇게 되면 꽤 안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 워낙 기술과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들이라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미드필드를 장악하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황인범과 이재성이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도와 수비에 힘을 보태면 이강인 중심의 공격도 구사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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