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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의 공공예술작품 ‘리.볼.버’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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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 안양=황철훈기자] 어느덧 9월도 막바지. 기세등등했던 무더위도 살며시 꽁무니를 뺀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 제법 선선함이 느껴진다. 가을의 문턱이다. 대지를 감싸는 청량한 기운이 여행의 욕구를 자극한다. 이번주 가을맞이 여행지는 경기도 ‘안양’이다. 특히 안양은 수도권 여행자들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다. 서울 남서부와 맞닿아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편리하다. 거창한 여행 계획도, 특별한 여행 준비도 필요 없다. 그저 가벼운 발걸음이면 충분하다.‘안양(安養)’이란 지명도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 즉 ‘극락정토’를 의미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창건한 ‘안양사(安養寺)’에서 유래했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극락정토 ‘안양’으로 가을맞이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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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에서 서해쪽을 바라다 본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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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천년고찰 ‘삼막사’안양 삼막사는 667년(신라 문무왕 17년) 승려 원효가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龍珠寺)의 말사다. 원효·의상·윤필 3명의 대사가 이곳에서 막(幕)을 치고 수도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삼막사가 자리한 삼성산 또한 이 3명의 고승이 탄생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특히 삼막사는 삼성산 정상부에 자리한 덕에 서해까지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가까이는 경인교대가 발아래 펼쳐지고 파도처럼 넘실대는 산맥과 우뚝 솟은 도심의 마천루가 겹겹이 쌓인 풍경 뒤로 저 멀리 바다 전경이 어슴푸레 나타난다.
다만 멋진 조망을 위해선 한 시간가량의 등반이 필수다. 경내에는 신도들을 위한 전용 차량만 운행한다. 일반 관람객은 경인교대를 지나 삼막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와야 한다. 길옆으로 이어지는 삼막사 계곡은 안양 및 인근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여름철 물놀이 명소다. 삼막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차 한대가 지날 수 있는 2.5㎞ 길이의 포장길이다. 완만하게 시작된 길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구불구불해진다. 이 때문에 이 길은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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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삼막사 ②삼막사 ‘육관음전’ ③육관음전 내부 ④삼막사를 찾는 관광객이 천불전 앞 마당에서 서해방향을 조망하고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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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경내에는 육관음전과 천불전, 명부전, 망해루, 요사채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육관음전은 다른 사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건물로 1990년 12월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을 대신해 세운 건물이다. 육관음은 갖가지 고통을 받는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 여섯 분의 관세음보살이다. 불단에는 말머리를 머리에 얹은 ‘마두관음’을 비롯해 연꽃을 든 ‘성관음’, 천 개의 손과 눈을 가진 ‘천수천안관음’, 청정성을 상징하는 ‘준제관음’, 열 한개의 작은 얼굴이 머리위에 올라가 있는 ‘십일면관음’, 여섯개의 팔과 여의주를 들고 있는 ‘여의륜관음’까지 총 여섯 분의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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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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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원효굴에서 내려다 본 풍경 ②우뚝 솟은 바위 절벽위로 전각 지붕이 보인다. 원효굴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각’이다. ③조선후기 서화가 지운영이 새긴 ‘삼귀자’ ④원효굴 내부에는 원효대사 석상이 모셔져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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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막사 입구에서 남쪽으로 난 돌계단을 타고 오르면 바위 위에 새겨진 커다란 상형문자를 마주한다. 조선 후기 서화가 ‘지운영’이 새긴 글자로 거북 귀(龜)자 3자를 각기 다른 형태로 새겨놓았다 하여 ‘삼귀자(三龜字)’다. 산 위쪽으로는 돌계단과 나무계단이 이어지고 우뚝 솟은 바위 절벽 위엔 전각 지붕이 마치 망루처럼 자리했다. 원효대사가 수행했다거 전해지는 ‘원효굴’로 석굴 안에는 원효대사 석상이 모셔져 있다. 특히 원효굴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압권이다. 수도승이 아니라도 누구나 이곳에 오르면 절로 수행이 될 듯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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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칠성각으로 올라가는 계단 ②칠성각 입구에 있는 남근석과 여근석 ③칠성각 ④칠성각 내부에는 삼막사 마애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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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굴에서 내려와 다시 계단길을 따라 오르면 마치 암벽에 반쯤은 박혀있는 듯한 전각을 마주한다. 암벽에 새긴 ‘마애삼존불’을 보호하기 위해 지은 ‘칠성각’이다. 전각에는 주불인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좌우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모셔져있다. 치성광여래는 북극성을 부처로 바꿔 부른 이름이다. 도교에서 유래한 칠성신앙을 불교에서 받아들이면서 탄생한 부처다. 아이의 수명을 관장하며 재물과 재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칠성각 입구에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각각 자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치성광여래처럼 토속신앙을 불교가 수용한 사례다. 자손번성과 무병장수를 바라는 토속신앙과 불교의 치성광여래가 서로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처럼 토속신앙과 불교와의 자연스러운 융합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으로 한국 불교만의 특징인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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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 ‘전망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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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안양유원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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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예술 테마파크 ‘안양예술공원’안양예술공원은 삼성산 계곡 일대에 조성된 국내 최초 공공예술 테마파크다. 원래 이곳은 안양유원지였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이곳은 서울 근교에서 가장 인기 높은 휴양지로 지금으로 치면 자연 워터파크인 셈이다. 특히 여름 피서철이 되면 계곡에 만들어진 자연 풀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많게는 하루 약 5만 명이 이곳을 찾았으며, 이 때문에 유원지 입구에는 임시 간이역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산업화 이후 이 곳은 난개발과 함께 무허가 건물의 난립으로 몸살을 앓고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곳이 다시 전환점을 맞은 건, 2005년 안양시가 공공예술프로젝트를 도입하면서부터다. 3년마다 열리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는 도시 전체를 거대한 갤러리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전 세계 작가들이 안양예술공원을 중심으로 안양의 역사와 문화, 지형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공공예술작품을 선보인다. 안양유원지가 보석 같은 50여 점의 공공예술작품을 품으며 안양예술공원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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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원공영주차장 입구에 자리한 ‘1평 타워’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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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 ‘삼성천’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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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예술공원 탐방의 시작점은 예술공원공영주차장이다. 주차장 입구에는 다양한 관광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는 ‘관광안내센터’가 있다. 또 그 옆에는 짚라인 타워처럼 높게 솟은 철제 구조물 ‘1평 타워’가 있다. 프랑스 작가 ‘디디에르 피우자 파우스티노’가 한국의 면적 단위인 한 평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 양옆에는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계곡 중간중간에 자리한 아치 모양의 다리가 계곡 풍경과 제법 근사하게 어울린다. 청량한 가을 공기와 맑은 계곡 물소리를 마주하며 걷는 길엔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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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안양파빌리온 ②안양파빌리온에 가면 간단한 조작으로 공공예술작품의 현황을 모니터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③안양파빌리온에 전시되어 있는 전망대 모형 ④안양파빌리온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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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공원 탐방에 앞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안양파빌리온’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실내 전시 공간이다. 모니터가 연결된 기계장치를 통해 전체 작품들을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주요 작품은 축소 모형으로도 감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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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나눔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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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예술공원 탐방을 위해 무장애나눔길을 걸었다. 기존에 조성된 500여 m의 나무 데크길을 안양시가 200여 m를 더 연장해 조성한 길로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숲길로 이어진 길은 중간중간 다양한 공공예술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플라스틱 맥주 상자를 재활용한 ‘안양상자집’과 거울 기둥으로 이루어진 ‘거울 미로’ 그리고 ‘전망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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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상자집 내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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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양상자집은 밖의 모습이 다가 아니다. 진면목은 작품 안쪽에서 느낄 수 있다. 플라스틱 상자 틈으로 햇살이 스며들면 마치 현란한 미디어아트를 보는 듯 아름답게 빛난다. 거울 미로는 안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마치 또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마치 시공간이 뒤틀려 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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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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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망대는 삼성산의 등고선 데이터를 연장해 산 형태로 확장한 작품이다. 낡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시민공원 ‘서울로 7017’로 재탄생시킨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 ‘MVRDV’의 작품이다. 달팽이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상에서 마주한 탁 트힌 전망은 이번 여행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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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전망대 ②전망대 정상부 ③리.볼.버 ④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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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투명한 원통 구조물을 직각으로 연결한 ‘리.볼.버’와 서울대 관악수목원 인근에 있는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도 사진 명소다. ‘리.볼.버’는 총구를 형상화한 영화 007 인트로 장면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끝으로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투명한 원통 모양의 터널을 지나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구성된 공연장이 나타난다. 특히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 시간에는 더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가볼 만한 곳서울대 관악수목원= 관람객을 위한 개방형 수목원이 아닌 교육 및 연구목적 수목원이다. 총면적은 1501㏊(전시면적 25㏊)로 목본 570여 종과 초본 53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에 한해 일부 개방되며 음료수를 제외한 음식 반입도 제한된다. 관악수목원은 4월부터 11월까지 산림체험프로그램(산림치유·목공체험·숲해설)을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12시, 오후 2~4시까지 하루 2차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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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서울대 관악수목원 ②산림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③산림치유프로그램에는 차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④목공체험 현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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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림치유프로그램은 숲이 가진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힐링 프로그램으로 산림치유지도사가 함께한다. 숲 명상을 비롯해 호흡법, 스트레칭 등을 따라 하다 보면 긴장된 근육의 피로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숲속에서 맛보는 수국차는 잊을 수 없는 가을의 호사다. 이왕이면 목공체험도 도전해보자. 목공 키트가 준비돼 초보자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모든 체험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프로그램 예약은 안양시 산림복지통합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안양 여행 팁안양문화예술재단은 전문 도슨트 해설과 함께 APAP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야외 해설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는 11월까지 평일(화~금요일)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주말은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 세 차례 운영한다. 또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 8시에는 나이트투어도 진행한다. 작품 투어는 안양파빌리온에서 출발해 60~90분 동안 진행되며 비용은 성인 기준 2000원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 홈페이지(www.ayac.or.kr)를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고, 현장접수는 안양파빌리온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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