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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전망대에서 목포대교 방향을 바라 본 풍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목포=황철훈기자] 그야말로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엔 목화솜처럼 새하얀 구름이 양 떼처럼 몰려다닌다. 그중 우두머리 양이 저 멀리서 손짓한다. “니 시방 짐 안 챙기고 뭐허냐? 그러고 꾸물대다 기차 떠나분당께” 나만의 즐거운 상상을 하며 이른 아침 남도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지는 가을 낭만이 넘실대는 항구 도시 ‘목포’다. 특히 유달산 아래 자리한 목포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물론 오랜 역사 속 전통과 문화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군량미가 쌓여있는 것처럼 위장한 ‘노적봉’을 비롯해 조선 수군진이 있었던 ‘고하도’와 ‘목포진’ 그리고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목포 근대역사관까지 도심 전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목포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섬들의 천국 신안 땅이다.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등 신안의 보석 같은 섬들을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특히 요즘 핫하다는 박지도와 반월도 일명 퍼플섬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때마침 전라남도가 ‘2022~2023년 전라남도 방문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관광분야 ‘권역별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로 특화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공동마케팅을 펼쳐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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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오거리 전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목포 여행의 시작점 ‘목포 오거리’

목포 여행의 장점은 웬만한 곳은 도보로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행의 시작점은 목포 오거리다. 목포역에서 남쪽으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목포 오거리를 기점으로 북쪽 목원동과, 북교동에는 조선인이, 남쪽 만호동과 유달산 아래 유달동에는 일본인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이 때문에 당시 오거리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접경지였다. 한국 처녀를 희롱하는 일본 청년을 흠씬 두들겨 패줬다는 조선 청년의 무용담이 전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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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리문화센터는 일제강점기때 일본이 세운 불교사원 ‘동본원사’였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오거리에서 북서쪽 골목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오거리문화센터와 코롬방제과점을 만날 수 있다. 또 목포의 근대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목포근대역사관(1·2관)과 구 목포부립병원 관사, 민어를 다양하게 맛볼 수 ‘민어의 거리’가 모두 지척이다. 오거리문화센터는 구 동본원사 목포별원으로 일본이 세운 불교사원이다. 1957년부터는 목포중앙교회로 사용되다 2010년 1월에 오거리문화센터로 개관해 전시와 문화행사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조건물에 일본식 사찰 지붕을 얹은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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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롬방제과점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코로방제과점는 7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목포의 대표적인 노포다. 전국 5대 빵집으로 불리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크림치즈 바게트와 새우 바게트다. 올해 대대적인 건물 새 단장을 마치고 베이커리 카페로 변신했다. 제과점 이름은 프랑스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콜롱브(Colombe)’에서 유래했다.

목포 오거리에서 남서쪽으로 500여m 만 걸어가면 목포근대역사관(1·2관)을 마주할 수 있다. 1관은 옛 일본영사관이었고 2관은 일제가 한반도 수탈을 위해 세운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었다. 비록 아픈 역사지만 시간여행을 하듯 목포의 근대역사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이 밖에도 120년 된 적산가옥을 카페로 꾸민 ‘행복이 가득한 집’도 들러볼 만하다. 일제때 목포부립병원 관사로 쓰였던 건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소담스럽게 꾸며진 정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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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해상케이블카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슬기로운 목포 비경 감상법…‘목포해상케이블카’

목포여행의 백미는 목포 시가지와 유달산, 해안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해상케이블카다. 유달산 북쪽 ‘북항 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유달산 스테이션)을 거처 바다 건너 고하도(고하도 스테이션)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길이만 장장 3230m(육상 2410m, 해상 820m)로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 최장 케이블카였다. 지난해 10월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3610m)가 완공되면서 아쉽게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로는 여전히 국내 최장 길이로 운행 시간만 왕복 40분이 걸린다. 특히 탑승거리와 조망 등을 고려하면 베트남 빈펄 케이블카를 능가하는 아시아 최고의 노선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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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목포항쪽을 바라다 본 풍경. 바다 건너 목포항 대불부두와 용당부두가 보인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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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갑처럼 작아진 북항 스테이션 뒤로 신안 땅 압해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고하도로 가는 길엔 중간역인 ‘유달산 스테이션’을 지나치지만 돌아오는 길엔 유달산 정상에서 내려 목포의 비경을 원 없이 담을 수 있다.

출발과 함께 고도를 높이면 오밀조밀한 목포 시내가 발아래 펼쳐지고 저 멀리 영산강 하굿둑과 월출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반대편으로는 성냥갑처럼 작아진 북항 스테이션 뒤로 신안 땅 압해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가 유달산 정상부와 가까워질 때쯤 창밖에는 유달산 최고봉인 일등바위와 마당바위, 노적봉 등 기암괴석이 손에 잡힐 듯 스친다. 유달산 스테이션을 지나 고하도까지는 바다 위를 건넌다. 육상구간하고는 전혀 다른 풍광이다. 방파제처럼 길게 늘어선 고하도와 학이 날개를 펼친 듯 우아한 목포대교가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바다가 보석처럼 빛난다.

케이블카&해안데크길
①목포해상케이블카 출발지 ‘북항 스테이션’ ②목포해상케이블카 ③고하도 해상데크길 ④기묘한 형상을 한 고하도 해안절벽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고하도 여행의 백미는 1818m 길이의 해안 데크길이다. 고하도 스테이션을 빠져나오면 곧바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해안 데크길로 가기 위해선 고하도 전망대까지 500여m를 이동해야 하는데 길이 두 개다. 하나는 섬의 허리를 타고 가는 편한 둘레길이고 또 하나는 계단을 타고 올라 섬의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어느 길을 택해도 좋다. 어차피 중간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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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의 명물 ‘고하도 전망대’. 판옥선을 겹겹이 쌓아올린 모습이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기묘한 모양의 조형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고하도의 명물인 ‘전망대’다. 판옥선을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모양새가 참 특이하고 재밌다. 1층은 카페고 나머지 층은 판옥선 제작 방법과 목포의 문화예술인과 관광명소 등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전망 공간인 옥상으로 올라가면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과 주변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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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해안 데크길(용머리 방향)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전망대 입구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곧바로 해안 데크길이 이어진다. 오른쪽 길 끝에는 해안 동굴을 마주할 수 있는데 이는 일제의 흔적이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일제가 조선 민간인을 강제 동원해 해안가에 진지 동굴을 파놓은 것이다. ‘자살특공대’를 숨겨놓고 목포항으로 들어오는 배를 공격하기 위해서다.

반대쪽 목포대교 방향 중간엔 넓은 데크 광장과 포토존인 이순신장군 동상이 조성돼 있다. 또 길 끝엔 제법 근사한 용의 조형물도 마주할 수 있다. 고하도는 지형이 용을 닮았다 하여 용섬이라고도 부른다. 용의 조형물이 있는 부근이 머리 쪽이고 해안동굴이 있는 쪽이 꼬리다.

해안데크길
①이순신장군 동상 ②해안 데크길을 따라 목포대교 방향가면 길 끝에 ‘용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③해안동굴 방향 해안 데크길 ④고하도 능선을 걷는 ‘용오름 숲길’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해안데크길은 해식절벽을 마주하며 걷는다. 깎이고 패이고 뚫리며 기기묘묘한 형상과 오묘한 색감의 해안 절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도와 바람이 만든 자연의 작품이다. 데크길을 다 걸었다면 되돌아가기보다 산 위로 이어진 계단을 타고 올라서 보자. 길은 섬 능선을 타고 전망대까지 이어진다. 일명 용오름 숲길이다. 한마디로 용의 등을 밟고 가는 셈인데 중간중간 시원스레 펼쳐지는 풍광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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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스카이워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가볼 만한 곳 ●목포 스카이워크(유달유원지)

=바다 위를 걷는 듯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다 위 15m 높이에 길이 54m 규모로 조성되어 있으며 바닥엔 투명 강화유리와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을 깔았다. 특히 낙조가 일품이다. 목포대교와 케이블카, 서해 낙조와 한데 어우러지면 황홀한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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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서산동 보리마당에 오르면 목포시내와 해안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산동 보리마당(서산동 8-2번지)

=뒤편으로는 유달산을 조망하고 사각 정자를 끼고 유달산권능수양관 방향으로 돌아 10분만 올라가면 바다와 항구, 서산동 시화마을이 발아래 펼쳐진다. 시화마을엔 주민들의 글과 그림으로 조성된 정겨운 골목과 영화 1987 촬영지 ‘연희네 슈퍼’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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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미식문화갤러리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맛집 정보 ●목포미식문화갤러리 해관 1897

=옛 세관창고를 이용해 만든 곳으로 식사와 음료는 물론 전시 등 문화까지 모두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특히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목포 9미 정찬이다. 민어 간국을 비롯해 간장꽃게장과 아귀전, 병어구이, 갈치구이, 낙지 초무침, 초록 나물, 묵은지, 애 갈치 볶음 등 9가지로 구성된 정찬을 1만2000원에 맛볼 수 있다.

●덕인집(덕인홍어집)

=목포 토박이도 인정하는 43년 전통의 홍어 맛집이다. 흑산도 홍어로 삭힌 삼합과 찜과 애탕 등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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