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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철훈기자] 벌써 10월 말.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전국의 단풍명소엔 벌써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더 늦기전에 찬란한 가을을 만끽해보자. 멀리 떠날 필요도 없다. 하루만 시간 내면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가을 여행명소가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저수지와 샛노란 은행나무 길, 켜켜이 쌓인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삼년산성, 달님도 반한 절경이 있는 곳. 바로 충청북도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추천하는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가벼운 차림으로 훌쩍 다녀오기 좋은 낭만 가득한 충북 여행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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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 되면 온 세상이 노랗게 물드는 곳. 새벽 물안개와 노란 은행나무길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을 펼쳐내는 곳. 바로 괴산 ‘문광저수지’다. 양곡저수지로도 알려진 이곳엔 물가 400m 구간에 은행나무 300여 그루가 줄지어 늘어서며 한 폭의 가을 수채화를 그려낸다. 몽환적인 가을 풍경으로 이름난 이곳은 이미 사진가들에게는 대표적인 가을 사진 명소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마을 진입로에 은행나무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이다. 해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러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괴산군의 명품 관광지가 됐다. 은행나무길 주변에는 포토존과 조명이 설치돼 있어 낮과 밤의 풍경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문광저수지는 준 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의 숲과 오래된 고목이 많아 낚시터 전경이 아담하다. 낚시터에 5개의 수상 좌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좌대에는 전기 및 화장실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주요 어종은 붕어, 떡붕어, 메기, 잉어, 동자개, 가물치 등이다. 은행나무길 바로 위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저수지 둘레 생태 체험길인 에코로드도 걸어보자.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힐링도 할 수 있는 여행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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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인 역사의 향기…보은 ‘삼년산성(사적 제235호)’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보은 ‘삼년산성’이다. 신라 자비왕 13년(470)에 축성했으며 이름처럼 3년이 걸려 완공했다고 전해진다. 삼년산성은 보은군 최대 곡창지대 복판에 솟아있는 오정산에 자리하고 있다. 오정산은 해발 325m지만, 보은 지방 자체가 200m가량의 고지여서 실제는 125m 언덕 정도로 느껴진다. 남·동·북 방향은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트인 지형이다.
산의 능선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방향 모두 보은 분지가 조망되는 천혜의 성지다. 충주 단양의 북부지역, 청주, 진천, 괴산 등의 중부지역, 옥천, 영동의 남부지역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 보은의 길목 모두가 조망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삼년산성은, 신라가 백제·고구려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성의 입지와 성의 축조기술, 삼국통일을 노리는 신라의 군사적 전략 등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삼년산성은 삼국시대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삼년산성을 따라 오르다 보면 울긋불긋 수놓아진 단풍 사이로 보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풍경이다.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이자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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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같은 풍경…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
조용한 풍경 속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아담한 성당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은 1896년 충청북도에 최초로 설립된 성당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프랑스 신부 임가밀로가 세운 성당으로 원래 이곳은 명성황후의 6촌 오빠 민응식의 집이 있던 곳이다. 1882년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 왔던 곳이기도 하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민응식이 서울로 압송되면서 의병들이 사용하게 되자 일본군들이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프랑스 신부 시잘레가 설계하고, 중국인이 공사를 맡았는데 명동성당의 축소판 같은 인상을 준다. 비슷한 양식의 조금 더 작은 규모로, 안쪽 천장은 원형 돔으로 꾸몄다.
현재 대성전은 1930년에 고딕식으로, 사제관은 1934년에 석조 건물로 건립되었다. 사제관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감곡성당에서 수집 보관하고 있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예수성심기, 성모성심기와 그 밖에도 많은 천주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성당과 박물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매산 등산로는 가을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달님도 반한 절경…영동 ‘월류봉 둘레길’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다정한 길. 바로 월류봉 둘레길이다. 월류봉은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약 401m 높이의 봉우리로 한천팔경(寒泉八景)의 제1경이다. 깎아지른 절벽산 월류봉 아래로 맑은 초강천(草江川)이 휘감아 돌아 금강으로 이어진다. 한천팔경은 월류봉 주변의 8개의 경승지를 이르는 말로 이곳에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머물렀던 한천정사가 있어 한천팔경이라 불리게 되었다.
월류봉(月留峰)은 ‘달이 머무는 봉우리’란 뜻으로 달님도 쉬어갈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실제 음력 15일 밤이 되면 월류봉 능선을 따라 머물다 흐르듯이 사라지는 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월류봉에서 앞으로 내달리듯 뻗은 절벽엔 화폭에 담긴 듯한 ‘월류정’이 자태를 뽐내고 오른쪽엔 백사장이 펼쳐진다.
월류봉 주변에는 물 맑은 하천을 따라 월류봉 둘레길이 조성돼 있는데 길이 완만하고 다양한 풍경을 지녀 사시사철 걷기 좋다. 둘레길은 월류봉 광장을 출발해 반야사까지 이어지는 8.4㎞ 산책길로 총 3구간으로 나뉜다. 기암괴석의 절경과 울창한 숲길,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둘레길을 함께 하는 청아한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이 꽤나 근사하다.
1구간 여울소리길(2.6㎞)은 월류봉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길로 월류봉 둘레길의 대표 코스다. 대부분 완만한 숲길이지만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 구간도 있다. 걸음을 따라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다. 2구간 산새소리길(3.2㎞)에서는 완정마을과 백화마을, 우매리를 거치며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마지막 구간인 풍경소리길(2.5㎞)은 반야교를 지나 백화산을 올라 편백 숲과 전망대, 신라시대 고찰인 반야사를 지난다. 아담한 사찰에는 보물인 삼층석탑과 500년 된 배롱나무,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는 문수전 등이 있다. 사찰 뒤편 산허리에 꼬리를 치켜든 호랑이 모양의 거대한 돌무더기가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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