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고척실사
MLB 사무국 직원들이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개최를 앞두고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 | 제이원컴퍼니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관계자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하성, 최지만 등 코리안 빅리거가 참가해도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 애런 저지와 같은 최고 선수는 물론 클레이튼 커쇼, 매니 마차도 등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스타들이 태평양을 건너야 승산이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또한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를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MLB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가 결국 취소됐다. MLB 사무국은 지난 29일 KBO 측에 ‘선수 구성에 애를 먹음에 따라 행사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첫 경기까지 2주 남은 시점에서 그야말로 ‘전격 취소’를 결정했다. 은퇴후 사직구장 월드투어를 준비한 이대호나 이듬해 월드베이스볼(WBC) 클래식에 대비해 출전하는 KBO리그 선수들, 그리고 팬들은 앉아서 피해를 받았다.

그런데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월드투어 강행보다는 취소가 낫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티겟 가격, 실망스러운 MLB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흥행 참패가 분명했다. 준비 과정부터 취소되는 시점까지 문제 투성이었다.

처음 시도한 이벤트가 아니다. 수 년 전부터 MLB 사무국은 한국에서도 일본, 대만처럼 올스타 투어를 개최하기를 원했다. 비시즌 고척돔에서 MLB 선수들이 KBO리그 올스타와 맞붙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늘 비용 문제와 마주했다. MLB 선수들의 현저히 높은 출전 수당을 맞추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티켓 가격을 올리자니 현실성이 없었고 티켓 가격을 낮추면 선수들의 몸값을 맞출 수 없었다. 대형 스폰서를 유치하지 않는 한 MLB 투어는 불가능했고 그래서 이미 몇차례 기획이 무산됐다.

KBO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5월 KBO 관계자는 “MLB 월드투어 보다는 이전에 일본에서 치른 MLB 공식 개막전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하성이 소속된 샌디에이고와 한국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LA 다저스가 잠실구장 혹은 사직구장에서 맞붙는 게 MLB 월드투어보다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

월드투어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보다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들이 티켓파워가 강하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의 개막전에 앞서 KBO리그 구단이 이들과 상대해 시범경기 성격의 이벤트 경기를 하는 게 더 주목받을 수 있다.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시애틀과 오클랜드의 개막전처럼 MLB 정규시즌 경기를 진행하는 게 새 시즌 붐업을 꾀하는 데 있어서도 효과적이다.

프로야구는 로컬 스포츠다. 국가 혹은 리그를 대표해 참가하는 국제대회보다 자국 프로리그 경기 관심이 뜨거울 때가 많다. MLB도 그랬다. 2006, 2009 WBC의 경우 미국 대표팀을 향한 관심보다 MLB 구단을 향한 관심이 컸다. 부상, 컨디션 우려 등으로 인해 응원팀 선수의 WBC 참가를 반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초특급 선수들이 집결하지 않는, 형식적인 팀 구성은 의미가 없다. 단순히 MLB 선수라고 만원관중을 기대했다면, 이는 MLB 사무국의 오판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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