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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경기도 가평군의 한 모텔, 노형수(진선규 분)는 경험이 없는 미성년자의 성매수를 위해, 고극렬(장률 분)은 아버지에게 이식할 신장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망하게 할 만큼 큰 지진이 덮친다. 그리고 이들의 계획은 철저히 어긋난다. 예상치 못한 재난과는 관계없다. 노형수의 믿음은 박주영(전종서 분)의 교복 마크를 보고 일찌감치 깨졌고, 간과 안구를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는 고극렬을 책임질 이는 애당초 있지도 않았다.

노형수가 배반을 두려워하고 고극렬이 책임을 종용할 때, 오로지 박주영만이 생존에 집중한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 순간에서의 최선을 택하며 악착같이 살아남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살린 것도 그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전우성 최병윤 곽재민 극본·전우성 연출)은 믿음과 책임 그리고 생존에 대한 작품이다. ‘서로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라고 소개되지만, 등장인물들이 끝까지 ‘흥정’하는 것은 믿음, 책임, 생존이다.

이 세 가지는 사회 통념상 값을 매길 수 없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노형수는 박주영에게 신뢰를 요구하며 그가 생명을 부지할 수 있도록 돕고, 고극렬은 노형수가 자신의 신장을 내어주겠다는 거짓 약속을 믿고 그의 말대로 움직인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에 갇혀 한시가 급한 이들 앞에서 절대적인 가치들은 그저 물물교환이 가능한 상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작품은 이처럼 통렬한 아이러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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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의 원작은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 ‘몸 값’이다. 1화 후반부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내용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원작을 인상깊게 본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지진을 기점으로 아포칼립스물로 변모한 2화에서 결정되는 분위기다. 14분가량의 원작이 안긴 반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이들은 확장된 이야기가 사족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몸값’의 줄거리를 단순히 ‘나쁜 일을 당한 나쁜 놈들이 나쁜 일을 벌이며 끝내 탈출하는 내용’으로 요약하고, 지진이 전개를 위한 억지 설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메시지가 꽤 묵직하다. 이를 끌고 가는 캐릭터들이 마지막화 쿠키 영상까지 붕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의도는 더욱이 또렷하다.

배우 진선규, 전종서, 장률의 열연과 원작 주인공 이주영, 박형수의 등장이 주는 짜릿한 재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원작과는 다른 포인트에 집중해서 시청한다면, 작품이 선사하는 재미와 의미 모두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6부작 ‘몸값’은 지난 4일 티빙을 통해 전 편 공개됐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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