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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언성 히어로, 혹은 숨은 키플레이어. 벤투호에서 이재성(30·마인츠)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들이다.
이재성은 축구대표팀의 10번이다. 팀에서 10번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스, 혹은 플레이메이커가 보통 10번을 단다.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포르투갈의 베르나르두 실바,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성이 괜히 10번을 다는 게 아니다. 이재성은 벤투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물론 이재성이 팀에서 눈에 띄게 화려한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 폭발적인 돌파를 구사하는 황희찬, 골을 책임지는 손흥민, 감탄사를 자아내는 패스를 구사하는 황인범보다는 확실히 돋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재성은 팀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맡는다. 패스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동료들에게 정확하게 공을 배달하고 때로는 황인범처럼 키패스를 공급하기도 한다. 수비 상황에서는 왕성한 활동량과 지능적인 플레이로 팀에 힘을 보탠다. 벤투 감독이 이재성을 월드컵 최종예선 10경기에 모두 출전시킨 것도 그만큼 팀에 필요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이재성은 벤투호의 성공을 위한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두 번째 월드컵이다. 4년 전 이재성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재성에게 이번 대회 키워드는 ‘즐기는 월드컵’이다.
17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성은 “지난 대회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유럽 진출도 꿈꿨다. 지금은 매주 독일에서 쟁쟁한 선수들과 경기를 한다. 당시엔 걱정했고 두려워했다. 그때와 달라졌다. 월드컵 준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어려움보다 기대가 된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재성의 말대로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라는 수준 높은 무대에 정착한 클래스 있는 선수로 성장했다. 4년 전과는 분명 다르다. 이번시즌에도 리그 15경기에 빠짐 없이 출전했다. 본선에서 만날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은 하나 같이 만만치 않지만 이재성도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지 못할 선수는 아니다. 그의 말대로 대회를 충분히 즐긴다면 2018년과는 분명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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