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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포수 연쇄이동의 정점은 단연 양의지(35)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양의지는 거취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1일 롯데가 유강남(4년 총액 80억원)을, LG가 박동원(4년 총액 65억원)을 영입해 포수 연쇄이동의 막을 열었다. 남은 포수는 양의지와 박세혁. 준척급 FA로 불리는 박세혁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소문도 퍼지는 중이다. 양의지가 어느 계약서에 사인하느냐에 따라 박세혁의 몸값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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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택진 구단주와 두산 박정원 구단주 모두 양의지 잔류와 재영입에 직접 나섰다. 두 팀 모두 재건이 절실하고, 젊은 투수가 많은 팀이다.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절실한데, 양의지를 뛰어넘을 선수는 없다. 실제로 상당수 야구 관계자가 “포수 FA때문에 스토브리그가 들썩거리는데, 냉정히 보면 양의지를 제외하고는 고만고만하다. 양의지가 독보적인 선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포수로서 능력도 탁월하지만, 선수단을 규합하는 능력도 발군이다. NC 관계자는 “매일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다니지만, 한번씩 정색하고 따끔한 말을 할 때는 코치진도 간섭할 수 없을 정도의 아우라가 풍긴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일수록, 또는 야구 잘하는 선수가 많은 팀일수록 구심점 역할을 할 기둥이 버티고 서야한다. 양의지의 진가는 그라운드가 아닌 더그아웃에서 드러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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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취에 모든 이목이 쏠리는 민감한 시기에 두산 박정원 구단주가 의미심장한 사진 하나를 게재했다. 비공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등장한 사진에는 박 구단주를 중심으로 좌우에 양의지와 이승엽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웰컴백! 양사장’이라는 문구는 담백함과 기쁨이 함께 묻어난다.
박 구단주의 ‘은둔 바이어 전술’은 지난달 ‘국민타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실체를 드러냈다. 포스트시즌 해설을 준비하면서도 지도자 데뷔를 꿈꾸던 이 감독과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에서 속전속결로 계약 합의를 끌어냈다. 이 감독은 취임식에서 “포수가 필요하다”고 선전포고하더니,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곰들의 모임에서는 “더이상 할 말은 없다. 구단이 알아서 할 것”이라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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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측은 “아직 어떤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제안받았으니,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 고려할 요소들을 신중하고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양의지로서도 자신의 가치가 빛나는 팀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이미 몸값은 1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두산 측도 “머니게임에서는 지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의 FA 계약을 모두 100억원대 이상으로 체결하는 건 김현수(2017년 4년 115억원, 2021년 4+2년 115억원) 이후 양의지가 두 번째다. 순수 국내파로는 최초다. 양의지를 품을 구단은 어디일까. 시간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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