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두산과의 경기 앞두고 인터뷰하는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
JTBC ‘최강야구’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강산이 변했지만 노장(老將)의 신념은 더 확고해졌다.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지휘봉을 잡고 일선에서 바라본 한국 야구의 암울한 현실은 강산이 한 번 바뀐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의 야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5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야신’ 김성근(80) 감독은 “한국 야구는 갈수록 아마와 프로가 분리되는 현상에 빠진다. 아마와 프로라는 무대가 다를뿐 야구는 같다. 이부분을 많은 야구계 종사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최강 몬스터즈는 고교, 대학, 독립리그뿐만 아니라 KBO퓨처스팀과 경기한다. 평가전 형태이지만, 은퇴한 KBO리그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경기한다. 말이 아닌 몸으로 ‘프로란 이런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김 감독도 “팀에 합류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니 예상과 180도 달리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하더라. 한국야구에 전할 메시지가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포토]\'최강야구\' 몬스터즈 이끄는 김성근 감독
JTBC ‘최강야구’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 감독은 원더스 감독일 때도 “역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어야 한국 야구가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성인 무대가 확장해야 저변이 넓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야구로 밥벌이할 공간이 넓으면, 더 많은 학생선수가 직업선수를 꿈꾼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독립리그, 실업리그 등에서 생계를 이을 수 있고, 기본권을 해결하면 프로에 재도전할 동력이 배가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학생 선수들의 ‘공부할 권리’를 위해 경기일정, 선수자격 등에 족쇄를 채웠다.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모두 직업선수가 되지는 못하니, 낙오하는 대다수 선수를 위해 일반 학생처럼 공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똑같은 커리큘럼에 같은 학업과제를 수행하면 운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포토]김성근 전 감독, 허구연 총재와 KS 2차전 관전
김성근 전 감독(오른쪽)과 허구연 KBO 총재가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야구계로서는 대단한 손실인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재정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장업무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사실상 손 놓고 있다. 여기에 집단 이기주의까지 끼어들어 열악한 아마추어 현실을 대놓고 외면하는 실정이다.

김 감독은 “원더스 감독일 때도 팀을 퓨처스리그에 편입해 리그를 확장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 야구 구조는 피라미드 형태인데, 이것을 뒤집어야 발전할 수 있다. 의식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야구붐을 타고 유소년 저변도 확대되고 고교야구 창단도 늘었지만, 이들의 진학이 막혀있으니 동력을 상실했다. 갈 곳이 없으니 포기가 빠르고, 포기하는 선수가 증가하니 소위 ‘반쪽짜리’여도 특장점이 있는 선수가 프로에 입단하는 현실이 됐다.

[포토]박찬희를 일대일 지도하는 김성근 감독
JTBC ‘최강야구’ 몬스터즈의 김성근 감독(왼쪽)이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포수 박찬희(인하대)를 지도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리그의 하향평준화, 국제경쟁력 약화는 한국야구의 피라미드식 구조도 크게 기여했다. 김 감독은 “한 은퇴선수가 ‘은퇴하니까 2억원이 날아갔습니다’라더라. 한 가정에 연소득 2억원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야구 기구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쉽게 자르고, 쉽게 버린다. 이런 선수들에게 어떻게 기회를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체육회가 독립리그를 지원하고 있지만, 재정을 포함한 환경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대학은 연맹 내분으로 바람잘 날 없으니 그들만의 리그가 된지 오래다. 예능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야구팀이 비록 프로 레전드가 모인 팀이라고는 해도, 고교·대학·독립리그 최강팀에 연전연승하는 건 한국 야구의 치명적 문제점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장면이다. KBSA와 KBO뿐만 아니라 문체부, 교육부 등 정부 기관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엘리트 스포츠를 향한 정부의 가림막을 걷어내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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