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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기간 이청용, 김희진, 경서 ‘3인 칼럼니스트’의 색깔 있는 관전평을 담는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이자 지난해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주역인 김희진은 종목은 다르지만, 살 떨리는 메이저대회를 경험한 감정을 담아 태극전사를 응원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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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지켜봤다. 너무 잘 싸웠다. 황희찬 선수가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손흥민 선수는 물론 김민재 선수, 경기 중 붕대 투혼을 보여준 황인범 선수까지 부상을 안고 있는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도 열심히 뛰었다. 결과보다는 같은 운동선수로서 경기를 너무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가나전을 볼 때 나도 모르게 침대를 세게 내려치고 있었다. 전반전에 2골을 허용한 뒤 후반전에 2골을 집어넣어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을 때, 모든 국민이 그랬겠지만 나또한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좋았다. 나는 경기를 사람들과 모여 보지 않고 따로 방에 들어와 혼자 관전하는 스타일인데 흥분해서 침대를 쳤다. 그만큼 몰입해서 봤다.
동점을 만들었을 때는 배구에서 1, 2세트를 뺏기고 3, 4세트를 가져와 균형을 이뤘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1, 2세트를 내주고 나서 3세트를 준비할 때면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과 다짐을 하면서 들어간다. 시작과 동시에 압박하자는 생각도 한다. 아마 축구대표팀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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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패한 뒤 눈물 흘리는 손흥민 선수를 봤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나의 감정을 대입해 생각해봤는데 마스크 때문에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고, 팀을 이끌어야 했기에 주장으로서 부담감이 엄청났을 듯하다. 경기서 패한 결과의 책임을 자신에게 다 돌리는 느낌도 받았다.
경기 후 선수들의 얼굴에 묻어난 아쉬운 표정을 보면서 생각했다. 단순히 1승 제물로 여긴 가나에 패했기에 나온 아쉬움이 아니라고.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실력 있고 쟁쟁하다. 가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잡고 가야 할 경기에 패해서 실망했다기보다는, 단지 경기에서 져서 선수들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빅 이벤트다. 우리가 올림픽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 선수들도 큰 무대에서 자신이 뛸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려 뛴 느낌을 받았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포르투갈전이 남았다. 사활을 걸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한다. 결과를 떠나,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있는 마음이 선수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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