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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바람 잘 날이 없는 강원랜드다.
경영진의 외유성 출장, 허술한 안전관리 등으로 인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데 이어 이번엔 파업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노사 관계가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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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노동조합은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달 21일부터 본사 행정동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파업 여부를 두고 실시한 조합원 투표에서 93%가 넘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찬성했지만 조합 지도부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 위해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파업찬성율이 워낙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사측과의 협상이 삐끗하기만 하면 결국 파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노사 갈등이 지역사회의 불안감까지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시장형 공기업이다. 강원랜드가 납부하는 폐광기금이 인근의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 지역 살림의 기반이 된다. 강원랜드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보니 강원랜드의 투명한 경영에 쏠리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원랜드는 3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64%에 달하는 2300여명이 강원도 지역 주민으로 이뤄져 있다. 노사관계가 지역사회 경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쟁점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사내복지 축소다. 노조 측은 “일방적인 복지삭감은 바로 협력사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소비위축을 통해 지역사회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직무급제 도입을 통해 직원을 등급으로 나누어 운영하겠다는 발상은 사내 불협화음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총인건비외 추가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적으로 임금을 줄이려는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복지 삭감은 폐광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역사회도 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사측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강원 고한·사북·남면·신동 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이하 지역살리기 공추위)와 정선군 폐광지역 읍면 번영회 및 강원랜드 4개 협력업체 노동조합 위원장단이 지난달 28일 강원랜드 노조의 집회 현장을 방문해 지지를 선언하며 “향후 협력업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연대해 강원랜드 직원과 지역주민, 지역사회를 지키는 일에 앞장설 것이며 연대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살리기 공추위에서 일하고 있는 남지훈씨는 “강원랜드의 직원복지가 삭감되면 지역의 협력업체로 이어지고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노조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라 파장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희망적인 신호는 있다. 강원랜드는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노동이사제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이사회에서 노동이사 도입과 관련한 각종 규정 개정안을 심의해 의결했고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비상임이사들을 다시 선임하면서 노동이사 후보자로 김준걸 강원랜드사회공헌재단 사무국장을 지명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강원랜드가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방만한 경영과 내부 비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제동을 걸만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강원랜드 개혁의 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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