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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엉엉 울었다.
호날두가 주장으로 뛴 포르투갈은 9일(한국시간 10일) 카타르 도하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에서 0-1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호날두는 후반 6분 교체로 들어갔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한 채 팀 패배를 지켜보기만 했다.
경기 종료 후 호날두는 곧바로 드레싱룸으로 향했다. 상기된 표정의 호날두를 터널을 지나며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그냥 우는 게 아니라 어린 아이처럼 서럽게 오열했다.
이번 대회는 호날두에게 마지막 월드컵이다. 1985년생인 그가 4년 뒤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도 그럴 것이다. 호날두는 자신의 196번째 A매치에서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싶었을 텐데 결과는 정반대로 주어졌다. 이제 더 이상 그를 위한 월드컵은 없다. 서럽게 흘린 눈물의 의미일 것이다.
한국인에게 호날두는 밉상 그 자체다. 원래 그렇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는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인기가 비슷했다. 그런데 2019년 유벤투스 시절 ‘노쇼 사건’으로 인해 호날두는 국민 비호감이 됐다. 상암에 호날두를 보기 위해 6만 관중이 모였는데 그 슈퍼스타는 불쾌한 표정만 지은 채 1분도 뛰지 않고 서울을 떠났다. 그때부터 3년이 넘도록 호날두는 이미지 회복을 하지 못했다. ‘우리형’을 외치던 축구팬은 그렇게 자취를 감췄다.
앙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2일 한국과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 관중은 호날두를 향해 “메시!”를 외치며 도발했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호날두는 대놓고 놀려도 될 만큼 미운 존재다.
기자 역시 2019년 당시 상암에 있었다. 유벤투스는 지각했고, 호날두는 아예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혼란의 시기에 한국 기자들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원래 메시보다 호날두를 더 좋아했던 기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등을 돌렸다.
그 정도로 미운 호날두가 엉엉 울며 퇴장하는 모습을 보니 막상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호날두는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축구의 레전드다. 메시에 비견되는 것만으로도 분명 호날두는 위대하다. 누군가의 조롱을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한편으로는 업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짠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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