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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지난달 14일 카타르 도하에 입국했다. 19일까지 총 35일을 체류하다 서울로 돌아간다. 월드컵 기간 동안 총 18경기를 봤다. 우리나라 경기뿐 아니라 조별리그, 토너먼트 라운드 다른 팀 경기도 취재했다. 준결승전, 결승전은 모두 현장에서 봤다. 개인에게는 여러 의미에서 엄청난 레이스였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의 ‘도시 월드컵’이었다. 다른 대회와 달리 도하라는 좁은 도시에서 모든 경기를 한 셈이라 축구를 보기엔 최적의 환경이었다. 경기장과 숙소의 동선이 짧아 마음만 먹으면 많은 경기를 볼 수 있었다. 하루에 두 탕을 뛸 때도 있었다. 직업인으로서 고된 일정이었지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킬리안 음바페, 버질 판다이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한 공간에서 목격할 수 있어 기억에 깊이 남을 것 같다. 축구 자체에 집중하면 분명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대회였다.
스토리 라인도 환상적이다. 대회의 시작과 끝을 메시가 장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패해 불안하게 대회를 시작했던 메시는 결국 대관식의 주인공이 되어 그토록 바라던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를 꼼꼼하게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었다. 이제 다시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은 메시를 볼 수 없을 테니.
걱정이 많은 대회였다. 10년간 축구기자로 일하며 여러 나라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는데 카타르 도하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중동의 더위도 싫고, 폐쇄적인 문화 안으로 진입하는 게 유쾌할 것 같지 않았다. 역시는 역시였다. 한 달 넘게 도하에 체류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따르면 카타르는 월드컵을 개최하기엔 적절한 곳으로 보긴 어렵다.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국은 211개국에 달한다. 국제연합(UN) 가입국(193개국)보다 많다. 그렇다면 대회를 개최하는 나라, 도시 역시 보편적인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타르는 그렇지 않은 곳이다. 술과 돼지고기를 금지하고 미혼 관계인 남녀의 동침을 법으로 막고 있다. 여기에 개막 전 카타르의 노동자 인권 유린 문제가 발생하면서 인권을 중시하고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구의 여러 나라 축구팬이 대거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유럽 팀들의 관중이 현저히 적었다. 축구에 가장 열광하는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찰에 체포된 잉글랜드 팬이 없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유럽 국가 축구팬이 카타르를 외면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아랍국가, 특히 준결승에 오른 모코로는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카타르나 중동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의 경우 메시와 아르헨티나를 응원하는 데 가담했다. 관중의 밸런스가 맞은 경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매 경기 VIP석에는 빈 자리가 보였다. FIFA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카타르 현지 VIP에게 주어진 티켓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 대체 왜 저 비싼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지 답답했다.
FIFA와 지안니 인판티노 회장을 향한 여론도 최악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이 등장한 개막식, 3~4위전, 결승전에서 모두 야유가 나왔다. 기자회견에서는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맹폭을 받기도 했다. 자본에 집착하는 그의 행태를 비판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카타르월드컵을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대회는 무사히 끝났고, 누군가는 대회를 충분히 즐겼을 것이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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