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_진동기 役_02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진동기 순양금융그룹 회장 취임’이라고 자수가 떡 하니 박힌 수건을 받고 며칠이 즐거웠다. 드라마는 물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난 기념품이 달갑지 않은 이가 있을까.

사실 그의 진심은 이미 작품 곳곳에서 느꼈었다. 말의 빠르기,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계산하며 공감할 만한 둘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완벽한 ‘작감배(작가·감독·배우)’에서 ‘배우’를 맡았던 조한철(49)을 만났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로 회귀하여 인생 2회 차를 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11월 18일 시청률 6.1%로 시작해 지난 25일 자체 최고 26.9%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드린다.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 행복하다. 여태 했던 드라마들보다 반응이 뜨거운 게 느껴진다.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는 연락이 많이 왔다. 완성도가 있어서 좋은 드라마가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시청률은 보시는 분들의 몫이지 않냐. 시청률이 15~16% 정도일 때 추이를 보고 완전 난리 나겠다 싶더라.”

조한철은 극 중 진양철(이성민 분)의 차남이자 순양화재보험 사장 진동기로 분했다. 진동기는 눈치와 잔머리가 뛰어나며,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호시탐탐 순양을 차지할 기회를 노리는 인물이다. 조한철은 진동기를 ‘자존감 낮은 둘째’로 설정하고 캐릭터를 표현했다.

“형제 관계에 따른 성격 유형을 다룬 영상을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둘째가 항상 정체성 혼란을 겪고 확신을 많이 줘야 하고, 칭찬도 많이 해줘야 하며, 이런 내용이었다. 대본을 보니까 동기가 딱 그 전형이더라. 그 부분에 집중해서 액션들을 세팅했다. 공부를 잘했을 것 같았다. 그래야 아버지가 봐주실 테니까. 아버지는 장자 승계를 원하니 아버지 눈치도 엄청나게 살필 것 같았다. 곧바로 여동생도 태어났으니, 존재 자체가 전쟁인 거다. 그래서 동기가 눈을 많이 굴린다. 욕심도 많다. 식사 신이 나오면 열심히 먹었는데 동기의 습관 같은 거다.”

더 나아가 말하는 속도까지 높였다. “진동기는 말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사량이 좀 많은데 늘어지게 하면 작품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다. 대사를 외우는데, 이걸 빠르게 말할 수 있게 외우는 건 다른 문제다. 사실 내 욕심보다 조금 느리게 나왔다. 구구단처럼 외워서 막 쏟아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때 오는 쾌감이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_진동기 役_02

‘재벌집 막내아들’은 조한철을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이 합심해 완성한 걸작으로 언급된다. 특히 이성민이 그려낸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은 방송 내내 화제였다. 조한철은 자신보다 고작 5살 많은 이성민의 나이에 주목하며, 그의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치켜세웠다.

“처음에는 캐스팅을 어떻게 이렇게 했지 싶었다. (이)성민이 형이 아버지면 첫째, 둘째는 30대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첫째는 52살인 윤제문 형이고 내가 둘째까지 하니까 ‘이게 될까’ 생각했다. 젊은 나이에 노역(老役)을 카메라 앞에서 들키지 않고 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다. 나한테 있는 모습들 중 어떤 것을 가지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서 플레이하는 건 캐릭터가 체화돼야만 가능하다. 근데 그걸 해내시더라. 시도해 보라고 해도 시도조차 안 해볼 것 같다.”

주인공 진도준 역의 송중기에 대해서는 “아주 훌륭한 친구”라고 평했다. 조한철과 송중기는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합을 맞춘 바 있다. ‘빈센조’ 팀은 사이가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끼리 송 반장이라고 부른다. 송 배우가 선배들 스케줄을 체크하고 소집한다. 최근 회식도 주최한 건 아니지만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단체메시지방이 아직도 시끄럽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만나면 둘이 사진 찍어서 올리고 그랬다.”

진성준(김남희 분)의 아내이자 현성일보 사주 장녀 모현민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박지현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연기 스승이었던 조한철은 “연기를 가르친 건 없고 경험을 나누고 같이 공부했다”며 “신인 때부터 워낙 재능이 있었다. 재능이 있어도 대중이 알아봐 주시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고, 끝내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수업 때 ‘현장에서 꼭 만나자’고 말하는데 그게 이뤄지면 얼마나 감격스럽겠나. 기적 같은 일인 거다”라며 기뻐했다.

종영 전에 진행된 인터뷰였으나 결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했던 윤현우(송중기 분)가 현실로 돌아와 진성준의 청문회에서 스스로 진도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폭로하는 엔딩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조한철은 “작가님의 생각을 존중한다. 사전제작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너무 관심받으면 엔딩이 달라지기도 한다. 애초 생각하신 대로 끝내신 것 같다. 작가님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한철이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소위 빵 터지지 않았나. 찍을 때는 다른 작품들과 똑같이 찍었다. 시청률이 안 나왔던 드라마 할 때 노력했던 만큼 이번에도 노력했다. 너무 애쓰지 말고 살던 대로 하던 대로 꾸준히 하다가 운이 맞고 합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확 터지기도 하고, 이런 일이 오는 것 같다. ‘꾸준히 한번 살아봅시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하.”

재벌집 막내아들_진동기 役_02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눈컴퍼니,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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