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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60억분의 1 사나이’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6·러시아)가 23년 격투기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5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에서 벨라토르 290이 열렸다. 표도르는 헤비급 챔피언 라이언 베이더(39·미국)의 3차 방어전의 도전자로 나섰지만, 1라운드 2분 30초 만에 펀치에 의한 TKO로 패했다.
베이더와는 지난 2019년 벨라토르 214 헤비급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처음 대결해 1라운드에 TKO패 했다. 3년 만의 리매치에서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표도르는 경기 후 자신의 파란색 글러브를 케이지 바닥에 놓으며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글러브를 바닥에 놓는 행위는 은퇴를 알리는 파이터들의 의식이다. 표도르는 경기 후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를 펼쳐 아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이 자리에 온 팬들과 파이터들이 응원해줬기 때문이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표도르는 거물급 파이터 퀸튼 잭슨과 티모시 존슨을 2019년과 2021년에 1라운드 펀치에 의한 TKO와 KO로 승리하며 이번 타이틀전에 나서게 됐다. 의미 있는 2연승으로 팬들은 다시 한번 ‘황제’의 위용을 찾기를 바랐지만, 베이더의 어퍼컷에 주저앉고 말았다.
러시아 특수부대를 제대한 후 2000년에 격투기 무대를 밟은 표도르는 2000년대를 풍미한 파이터다. 트레이드 마크인 지칠 줄 모르는 파워와 투지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승패를 떠나 끝없이 싸우는 전사의 모습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벨라토르는 UFC와 함께 세계 격투기를 양분하고 있는 단체로 표도르가 이번에 승리했더라면 최고령 챔피언 타이틀은 물론 프라이드, 스트라이크포스, 어플릭션(Affliction)에 이어 4개 단체를 석권하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표도르는 2000년 격투기 데뷔 후 30승 1패의 기록을 작성하며 팬들을 매료시켰다. 이렇다 할 적수가 없을 정도로 격투기를 평정했다. 표도르는 어플릭션과 스트라이크포스에 이어 프라이드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를 호령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표도르의 인기와 상품성에 여러 차례 계약을 시도했지만,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오히려 라이벌인 벨라토르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맛봤다.
표도르의 은퇴 발표에 화이트 대표는 반사적(?)으로 “나는 그에게 나쁜 말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표도르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표도르는 미들급의 댄 헨더슨에게 KO패하기도 했다. MMA 팬들이 표도르를 좋아해서, 찬양하는 것뿐이다. 표도르는 UFC에서 자신을 시험해본 적이 없다. 나는 표도르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며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표도르는 지난 2012년 은퇴를 발표했다, 3년 후인 2015년에 복귀했다. 39살에 복귀했지만, 이후 전적은 6승 2패로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46살은 은퇴를 번복하기엔 늦은 나이다. 격투기를 프로스포츠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한 일등 공신 표도르에게 팬들은 SNS를 통해 위로와 함께 경의를 표하고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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