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엔시티
엑소(위)와 NCT 127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배출한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전격 인수했다. 국내 K팝을 대표하는 두 기획사가 한 지붕 속에 있게 되면서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향방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수만, 왜 방시혁과 손잡았나

K팝 업계에서 경쟁 구도로 여겨지던 하이브와 SM이 한 식구가 된다. 하이브가 이수만 SM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면서 ‘빅딜’이 성사된 것이다. 이로써 방탄소년단, 세븐틴, 엑소, NCT 등을 한 지붕 아래 거느린 초대형 ‘공룡’ 기획사 탄생을 앞두게 됐다.

원래 SM 이수만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번 거래로 단숨에 최대 주주에 등극한다. 아울러 하이브는 SM 소액 주주가 보유한 지분 공개매수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지난 7일 9.05%를 확보하는 유상증자를 골자로 SM과 손을 잡았지만, 하이브가 이수만과 손을 잡고 단숨에 이를 제치고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SM의 창립자이기도 한 이수만은 왜 경쟁 구도에 있던 하이브 방시혁의 손을 잡은걸까.

하이브가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최근 SM 지분을 두고 이수만과 경영진 사이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M은 ‘이수만 없는’ SM을 선언했다. 지난 3일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SM 설립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5개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창업주 이수만 1인 프로듀서 체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후 SM이사회는 카카오에 전체 지분의 9.05%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국내 ‘IT 공룡’ 카카오와의 시너지로 SM 3.0을 예고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결단이라는게 SM 측의 설명이었다. 이로써 SM의 2대 주주가 된 카카오 역시 음악과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수만의 생각은 달랐다. 카카오를 2대주주로 끌어들인 SM 이사회와 이를 지지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3자 연합’에 반기를 든 이수만은 하이브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맞대응했다. 결국 예상치 못했던 하이브가 이수만의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SM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이수만이 하이브에 본인의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수만이 하루아침에 최대주주 자리가 위태롭게 생겼고, 위기에 몰린 이수만에게 방시혁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주, 일명 ‘백기사’로 나선 셈이다. 이수만으로서는 하이브와 손을 잡은게 최선을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 sm
하이브(왼쪽)와 SM엔터테인먼트 CI

◇엑소·NCT·슈퍼엠 컴백 앞뒀는데…이들의 앞날은?

지분 싸움이 어찌 됐든, K팝 팬들이 궁금한 건 소속 아티스트들의 앞으로의 행보일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 가요계는 하이브의 ‘빅딜’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이브가 ‘K팝 공룡 기획사’로 거듭나 가요계 판도를 뒤흔들게 되면서, 이수만이 추진해 온 메타버스 구현 등과의 시너지로 K팝 시장의 ‘윈윈’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게 첫 번째다.

하이브는 SM 뿐만 아니라 그간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해왔다. 물론 SM만큼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최근 릴베이비, 미고스 등이 소속돼 있는 미국 QC미디어홀딩스도 인수한 만큼 ‘준비된’ 하이브가 SM과 글로벌 역량을 결집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올해 컴백 예정인 엑소와 슈퍼엠(SuperM)부터 데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NCT 도쿄와 NCT 할리우드, NCT 사우디 등도 하이브의 글로벌 역량과 시너지를 발휘해 더욱 가속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K팝 개척자로 통하는 SM 입장에선 자신들의 자리를 하이브에게 빼앗겼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하이브가 SM 인수를 마치면 하이브는 SM 계열사로 편입돼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SMP(SM Music Performance)로 통하던 SM의 색채를 잃어버리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SM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하이브 인수 후 SM 이사진이 대거 물갈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600명이 넘는 임직원들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수만의 선택에 대한 내부의 반발도 굉장히 높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인 SM의 향방은 3월 예정된 주주총회 이후 본격적으로 가닥이 잡히겠지만,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기존 SM 아티스트의 활동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글로벌 활동과 신인 그룹 데뷔 등에 하이브의 입김이 없을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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