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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가고시마=김용일기자] “은퇴하면 아내 많이 도와야죠.”
최근 FC서울의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서 만난 기성용(35)은 인터뷰 끝머리에 아내인 배우 한혜진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보였다.
어느덧 선수 황혼기를 보내는 그는 지난해 말 비시즌 기간 영국 웨일스로 날아가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B급 라이선스 과정을 이수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으나 한국 나이로 30대 후반기에 돌입한 만큼 선수 은퇴 이후 미래를 염두에 둔 일정에도 충실히 하고 있다.
흔히 선수가 제2 인생을 열어젖히면 그의 가족도 궤를 같이한다. 대체로 ‘현역 선수’의 삶의 궤도에 따라 가족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유럽파 태극전사로 활동하던 지난 2013년 ‘8세 연상’ 한혜진과 깜짝 결혼을 발표해 화제를 뿌렸다. 한혜진은 당시 본업인 배우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다. 그럼에도 여느 선수의 아내처럼 그는 결혼 이후 축구 선수로 전성기 나이인 20대 후반을 향하는 남편을 위해 사실상 활동을 중단하고 영국으로 날아가 뒷바라지해 눈길을 끌었다.
기성용은 “그때 정말 아내가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다. 내가 옮겨 다닌 팀이 대체로 (영국에서) 외곽에 있지 않았느냐. 마땅히 할 것도 없었을텐데…”라고 더듬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좋았던 것도 많았다. 외국에서는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나 역시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내서 좋은 기억”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기성용이 지난 2020년 여름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을 통해 K리그로 복귀하면서 가족의 한국 생활이 본격화했다. 한혜진은 내달 JTBC 새 토일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이서진 역을 맡아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기성용은 아내의 촬영 기간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는 등 애정이 담긴 응원을 보낸 적이 있다. 그는 “오랜만에 아내가 일을 하는데, 서로 (본업에서) 동시에 활동을 하게 되니까 더욱더 존중해주고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은퇴하면 더 많이 도와야 하지 않을까”라며 ‘외조’를 다짐하면서도 “그런데 아내는 최대한 축구를 오래 하라고 하더라. 내가 집에 나가 있어서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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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더 오래 현역 생활을 지속하기를 바라는 건 올해 한국 나이로 아홉 살이 된 딸 시온 양도 마찬가지다. 시온 양은 지난해 9월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수원FC전에서 에스코트 키즈로 참가해 ‘아빠 기성용’의 손을 잡고 그라운드를 밟은 적이 있다. 기성용은 “(에스코트 키즈할 때) 시온이가 나와 손잡고 경기장 들어갈 때 정말 좋아했다. 평소 나를 친구처럼 대하는 데 그때 축구하는 아빠에 대해 더 관심을 두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또 “워낙 (유럽에 있을 때)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집에 있을 때 최대한 놀아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023시즌도 기성용은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 전술의 핵심 요원이다. 그는 “솔직히 한 살씩 나이가 들면서 ‘잘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다만 한국에 복귀했을 때보다 다음 해가 좋았고, 지난해가 더 나았다”며 “항상 잘하고 싶고, 올해는 서울 팬이 바라는 위치에 가기 위해 꼭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가고시마에서 치른 마지막 평가전이던 마쓰모토 야마가(J3소속)와 경기에서 통렬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서울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력 뿐 아니라 ‘신임 주장’ 일류첸코를 지근거리에서 도우며 팀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승리욕이 떨어졌던 후배에게 쓴소리를 아까지 않고, 임상협 박수일 이시영 ‘이적생’에게도 먼저 다가섰다. 대중 앞에 복귀한 아내와 더불어 새 동기부여를 품은 기성용의 시선은 오는 2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2023시즌 K리그1 홈 개막전을 향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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