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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갈무리.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김민지기자]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전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던 ‘피지컬: 100’이 오는 21일 마지막 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MBC가 제작한 ‘피지컬: 100’은 전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한국 예능의 무한한 잠재력을 입증했다.

‘피지컬: 100’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신체에 대한 탐구로 점철됐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 여러 종류의 몸이 존재한다. ‘우린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가 궁금했다”라는 화두로 시작해 인종, 직업, 종목, 성별, 나이 불문 다양한 이들이 출연해 대결을 펼쳤다. 참가자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자신의 신체에 자신이 있다는 것.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의 극기와 팀워크, 스포츠맨십이 빛난 ‘피지컬:100’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훔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주간(2월 6일~12일) 글로벌 톱10 비영어 콘텐츠 1위 및 78개국 TOP 10 리스트에 진입했다. 공개 첫 주부터 7위로 순위권에 진입하며 2주차엔 2위에 등극했고, 가파른 속도로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총 100인의 극한 생존 서바이벌을 그려낸 ‘피지컬 100’은 무엇이 달랐고, 어떻게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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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스틸. 제공 | 넷플릭스

◇자막을 과감히 없앤 논버벌 예능…접근성 UP

‘피지컬 100’의 가장 큰 특징은 자막 없는 ‘논버벌’ 예능이라는 점이다. 인물 설명과 게임 진행상황 및 결과 등을 제외하곤 자막 요소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피지컬: 100’은 자막을 최소화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스포츠를 주로 보여줌으로써 언어의 장벽을 과감히 없앴다.

자막에는 제작자의 시선이 담기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 또한 예능형 자막 요소에는 특정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농담과 어투가 녹아들기 마련이다. 해당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되레 자막이 시청에 방해요소가 된다.

정덕현 평론가는 “몸으로 하는 서바이벌의 형태를 극대화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자막도 거의 없고, 게임의 룰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다. 자막의 경우 시청자 입장에서 누군가가 개입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불편한 지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없앴다. 또한 게임을 직관적으로 만들어서 진입장벽을 낮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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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스틸. 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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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스틸.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맨십 IN 악마의 편집 OUT

편집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예능에서 관찰 자체에 방점을 살린 것도 눈길을 끈다. 촬영에는 총 150~200대의 카메라가 동원됐고, 다큐멘터리에서나 쓰던 초음속 카메라로 생생한 스포츠맨십을 담아냈다.

6, 7회에서 공개된 ‘1.5톤 배끌기’ 연합전은 팀워크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리더 역할을 맡은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팀원을 격려하고 전략을 세운다. 추성훈은 팀원들을 격려하며 배를 들어올려 마찰을 줄이는 전략으로, 윤성빈은 근력이 장점인 팀원들을 한 데로 모아 힘으로 몰아붙이는 전략으로 미션을 성공시킨다.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의 경기도 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이번 경기에서 주로 어떤 근력이 필요한지, 게임 수행자들의 신체 조건이 어떤지 분석한다. 멘탈, 신체 컨디션 등을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그들에게 필요한 응원도 건넨다.

통상적인 예능이라면 재미요소를 위해서라도 들어갔을 ‘악마의 편집’이 없는 것도 눈에 띈다. 일반인 참가자의 선넘는 발언들을 활용해 자극적인 편집을 할 법한 포인트가 분명 있었을텐데도 제작진은 시청자를 경기 자체에 몰입시키는데 골몰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정덕현 평론가는 “프로그램 안에서 펼쳐지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게임의 룰만큼 단순하진 않다. 대결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주고, 참가자들은 스포츠 정신이 돋보이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승자는 패자에게 예우를 갖추고, 패자는 승자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본다”라며 “특히 그런 공감대는 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보기 힘들다. 이 또한 ‘피지컬 100’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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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스틸. 제공 | 넷플릭스

◇MBC 제작·넷플릭스 스트리밍…현명했던 플랫폼 선정

‘피지컬 100’은 MBC에서 제작했지만 정작 MBC에서는 볼 수 없었다. 만약 지상파로 플랫폼을 한정했다면 절로 욕이 나오는 극한의 미션을 접한 참가자들의 사자후 같은 욕설은 모두 ‘삐’처리가 불가했을 터다. 결국 넷플릭스를 플랫폼으로 선택하고, 그에 맞는 포맷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장호기 PD는 넷플릭스에 직접 ‘피지컬: 100’ 기획안을 메일로 보냈고, 이를 본 넷플릭스 측에서 2주 만에 프로그램 제작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장호기 PD는 기자간담회에서 “지상파의 위기라고들 하지 않나. 돌파할 곳이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했다. 넷플릭스는 연출자로서 가장 큰 무대다. 높은 곳에 문을 두드려 보자 싶었다”라고 밝혔다.

논버벌 콘텐츠로 프로그램의 진입장벽은 낮추고, 스포츠맨십에 집중해 보편의 감성을 획득했다. 그리고 콘텐츠를 담는 그릇은 전세계 2억370만명이 사용하는 OTT플랫폼 넷플릭스였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시청자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는 장호기 PD의 목표는 적중했고, 첫 K예능의 성공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mj98_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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