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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호수 위에 설치된 마장호수의 출렁다리는 주변의 소나무 숲으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글·사진 | 파주 = 이주상기자] ‘술이홀현(述爾忽縣)’

‘술이홀로’는 파주시 적성면을 가로지르는 대로다. 술이홀현은 고구려 때 지명으로 파주가 한국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시점이다. 그만큼 오래된 데다 고구려 최남단에 속해 있었다. 파주라는 이름은 조선 세조 때 파주목이 설치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파주시는 분단국가의 아픔을 안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는 한국전쟁 때 유골이 발견되는 등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2000년대 운정 신도시 개발로 급격하게 발전했다.

곧 50만 명의 인구를 돌파하며 경기도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모양이다. 북서쪽 경계는 휴전선과 맞닿아 있어서 군사적 제약으로 발전이 더디지만, 그 외 지역은 그렇지 않다. 도시의 발달과 함께 각종 휴양지가 늘면서 파주만의 매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서울시민과 1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근의 고양시의 주민은 물론 전 국민이 파주를 찾으며 색다른 정취를 즐긴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인 마장호수 출렁다리부터 분단의 아픔이 아로새겨진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까지 파주시의 곳곳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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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호수 주변에는 3.6km에 달하는 둘레길이 설치되어 있어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기에 최적의 곳이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마장호수

마장호수는 파주의 남동쪽에 있다. 마장호수가 유명해진 이유는 깨끗하고 푸른 호수 때문이거니와 호수 위에 220m의 출렁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수를 둘러싼 푸른 송림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피서철에는 하루에 1만 명이 찾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요즘 쌀쌀한 겨울에도 부부, 연인 등이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다리는 철제로 지탱하기 때문에 출렁거려도 안심이다. 지독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건널 수 있는 안전하고 낭만적인 다리다. 특히 호수 주변에 3.6㎞의 둘레길을 설치했기 때문에 연인이라면 천천히 귓속말을 나누면서 사랑을 나누기에 최적이다. 본격적인 피서철에는 교통량이 급증해 1시간 이상 차 안에서 기다리는 등 고생할 수 있어서 인근에 있는 천년고찰 보광사에 들렀다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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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지 수목원은 겨울이어서 아직 꽃을 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곱게 키운 꽃이 화려한 자태를 내뿜으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벽초지 수목원

마장호수에서 북서쪽으로 약 10여 ㎞ 떨어진 곳에 벽초지 수목원이 있다. 2005년 개장한 이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동서양의 희귀식물은 물론 유럽과 동양의 특색을 살린 정원을 갖추고 있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수목원은 설렘의 공간을 비롯해 신화의 공간, 모험의 공간, 자유의 공간, 사색의 공간, 감동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6개의 공간은 무려 27개의 테마로 꾸며져 있다. 수많은 테마를 동서양의 온갖 식물로 표현하고 있어 일반인은 물론 사진작가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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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마을의 가게는 유럽 등지에서 직수입한 식기와 잡화로 가득하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프로방스 마을

임진강을 끼고 있는 프로방스 마을은 프랑스 프로방스의 분위기를 파주에 옮긴 것으로 많은 건물이 유럽풍을 자랑한다. 건물들을 수많은 색채로 꾸며 찬란하기까지 하다. 유럽풍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한데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으로 상점을 꾸몄다. 유럽에서 수입한 도자기류와 식기 세트는 인기 만점이다. 먼 유럽을 찾기 어려우면 프로방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유럽을 찾는 한 방법이 될 듯하다. 인기가 넘쳐 2014년에는 거대한 주차타워를 세워 여행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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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타의 바리스타가 직접 만든 커피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헤이리 예술마을

헤이리 예술마을은 인근에 있는 파주출판도시와 연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면서 문화예술마을로 개념이 확장됐다. 1998년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 작가, 건축가, 공예가 등 380여 명의 예술문화인들이 집과 화랑을 세우고, 길과 다리를 놓아 15만 평의 예술마을을 만들었다. 마을 이름은 파주 지역의 전래 노동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 이 노동요의 후렴구가 ‘헤이리’인데, 순우리말이다. 수많은 국민이 방문하며 파주, 아니 경기도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2009년 정부에 의해 문화지구로 선정됐다. 헤이리 예술마을이 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은 2002년 인사동 문화의 거리와 2004년 대학로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3번째다.

큰 규모만큼 체험 주제도 가지각색이어서 미리 사전 조사를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수많은 갤러리가 카페를 겸하고 있어, 여유롭게 예술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헤이리 예술마을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타는 연중무휴를 자랑하는 명소다. 한국 최고의 디제이인 황인용 씨가 개인재산을 털어 만든 클래식의 명소로 현장에서 직접 볶은 커피를 마시면서 듣는 음악은 일품이다. 게다가 대문짝만한 스피커로 인해 음정 하나하나가 귀에 쏙 들어온다. 구역이 엄청 넓어서 많은 곳을 찾고 싶으면 자전거를 대여받아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주말과 공휴일에 매표소에서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면 전기버스에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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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속 바람의 언덕에는 3000개의 바람개비가 평화를 기원하며 쌩쌩 돌고 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남한 지역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관광명소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통일과 분단에 관련된 주제가 많지만, 케이블카 등 다양한 상업시설로 여러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임진각은 1972년에 세워진 상징적인 건물이다. 옥상에는 임진강과 자유의 다리 일대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난간에는 쌍안경이 설치되어 있어 북한의 산하를 살펴볼 수 있다. 독개다리 입구 근처에는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있다. 이 기관차에는 1000여 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어 한국전쟁을 상징하고 있다. 임진각 건너편에는 넓은 대지 위에 평화누리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다. 명칭대로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가득하다. 바람의 언덕에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쌩쌩 도는 3000개의 바람개비가 설치되어 있어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고, 조각가 최평곤이 만든 거대한 네 명의 인간 군상은 평화를 위해 정진하는 모습을 담았다. 2020년에 개장한 케이블카는 연장 850m를 자랑한다. 임진강과 자유의 다리, 통일대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아찔함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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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속 바람의 언덕에 있는 최평곤 조각가의 ‘통일부르기’는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 가월리·주월리 구석기 유적, 보광사, 용암사, 파주삼릉, 황희·이이 유적지 등 찬란한 역사 문화

1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듯 파주시에는 유서 깊은 유적들이 즐비하다. 어머니 숙빈 최씨의 능침 사찰로 지정하는 등 영조의 효성으로 유명해진 신라시대의 고찰 보광사를 비롯해 황희와 이이의 유적지가 있다. 이이를 모신 자운서원에는 이이와 그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의 묘가 함께 있어 모자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한다. 황포돛배로 유명한 가월리와 주월리에는 구석기 시대 유적이 있다. 우리 역사를 수십 만년 앞당긴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구석기 유적과 궤를 같이하는 오랜 유적이다. 선사와 역사시대를 아우르기 때문에 파주시는 관광을 떠나 유의미한 유적들이 널려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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