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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월 50년이라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을 수 있고, 한 사람의 생애일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그 속에서 시대와 세상은 무섭도록 변해왔다. 상전벽해(桑田碧海),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을 실감한다. 1968년 창간된 ‘선데이 서울’은 한 시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연예, 풍속, 스포츠, 해외 화제, 인물 등에 목말랐던 독자들의 정보 욕구를 채워준 소중한 저널리즘이었다. 오랫동안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선데이 서울’이 담아낸 꼭 50년 전의 시대와 세상 풍속도를 돌아보면서 그때 이야기를 반추해 보려 한다. ◇연예인의 마이카 자랑
50년 전, 서울 거리에 인파는 붐볐지만 찻길은 비교적 한산했다.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가용이 필수품이 되다시피했다. 가족 구성에 따라 2~3대인 집도 더러 있지만 50년 전에는 달랐다. 그 시대에 ‘선데이 서울’은 연예가 인기 배우나 탤런트, 가수들의 외제 자가용 컬러 화보를 실었다. 연예인이 어떤 차를 굴리고 있는지, 거기에다 마이카가 어떤 외제차인지 화제가 되던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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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연예인 마이카 화보에 실린 사진 설명문이다.
- 회색 시볼레 자가용을 손수 몰고 다니는 문주란. “내 운전. 솜씨가…”- 고은아 양의 녹두색 피아트. 남편 곽정환 씨(영화제작자)는 벤츠를 갖고 있어 부부가 각각 자가용을 사용한다.- 구형 코로나를 굴리던 하춘화는 인기가 뛰어오르면서 작년도에 시볼레로 바꾸었다.- “기왕이면” 하고 차 위에 껑충 올라 포즈를 취한 남진의 자가용은 원색의 1969년도형 머큐리 큐거, 가수 중에선 단 한 대, 작년에 400여만 원을 주고 구입.자가용을 갖는 것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시대, 더구나 외제차 연예인이라면 팬들이 관심과 흥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운전면허가 기술로 대접받던 시대였으니 연예인이 손수 운전을 한다거나 부부가 각자 자가용을 가진 것도 화제가 되었다.
시중에 단 한 대뿐인 외제 차종을 자가용으로 굴리던 가수 남진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말해주는 작은 에피소드가 당시 같은 날 ‘선데이 서울’에 실려 있다. 50년 전, 당대 최고의 가수 남진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 로얄맨숀’이라는 아파트에 살았던 모양이다. 실내 수영장을 갖춘 당시 최고급 맨션이었다.
이 소문을 들은 팬들이 무작정 아파트를 찾아와 “남진의 집이 어디냐?” 고 아무나 붙들고 묻는가 하면, 심지어는 아파트 1층부터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며 집을 찾는 여성팬들까지 성화가 대단했다고 한다.
덮어놓고 찾아온 팬들 극성에 아파트 관리실은 물론 이웃이나 주변에서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푸념했다는 기사를 싣고 있었다. 그때의 높은 인기도 인기지만 칠순을 넘긴 지금도 여전한 인기 비결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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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知天命)을 맞은 한국방송공사(KBS)
딱 50년 전인 1973년 3월 3일은 문화공보부 산하 국가기관이었던 KBS가 공기업인 한국방송공사로 출범한 날이다. 당시 ‘선데이 서울’은 한국방송공사 간판을 다는 사진과 함께 창립 관련 소식을 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KBS에서 일하는 아나운서, 기자, PD는 모두 공무원이었다.
예를 들면 이랬다. 행정직 공무원 서기가 기자가 되어 뉴스 기사를 썼고 방송원(아나운서)이 방송을 했다. 또 지금의 프로듀서나 PD는 연예원이라는 직명으로 불렸다. 모두 공무원 신분으로 언론인 활동을 했던 셈이니 요즘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일이다.
방송공사로 바뀐지 50년이 흐르는 동안 KBS는 국민에게 감동도 주고 위안을 주기도 했다. 그에 못지 않게 때로는 실망도 주었고 공정성이나 수신료 문제 등 이런저런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위상도 변하고 영향력도 바뀌었다. 사람 나이 쉰 살을 흔히 ‘지천명’이라는데 이 말은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이니 국민의 뜻을 아는 공영방송 KBS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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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구두닦기 기계를 아시나요?
같은 날 구석 자리에 실린 토막소식은 그 시대 한 모습을 엿보게 한다.
내용은 이렇다. 1973년 4월부터 현재의 김포공항을 2배로 확장하고 두 곳에 ‘에스컬레이터’ 시설을 설치키로 하는 등 ‘김포공항 현대화 계획’이 착착 진행 중.
이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현재 청사 1, 2층에 ‘자동 구두 닦기 장치’가 설치되어 많은 출·입국자들로 부터 호평. 1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구두에 약이 발라지고 솔이 돌아가면서 잘 닦여져 시간이 없어 구두를 닦지 못한 멋쟁이 출·입국자들이 1분 동안 짧은 시간에 깨끗한 구두를 닦아 신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 국제공항에 ‘자동 구두 닦기 장치’ 설치도 화제가 되던 시대였다. 하긴 구두닦이 소년들이 길거리를 다니면서 구두 닦으라고 외치던 시대로서는 신문물(?)이 도입된 것이니 그만한 가치는 있었을 것이다. 이용방법은 실제로 해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이 기사는 ‘공항노트’라는 고정코너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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