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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 인제군 = 이주상기자]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시선(詩仙)으로 불렸던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이백이 지은 유명한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절구다.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환상적인 곳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줄여 별천지(別天地)라고 부르며 이상향을 나타내곤 한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 그랬다. 눈부신 설원 위에, 하늘을 하얗게 물들인 자작나무는 천지를 온통 흰색 물감을 칠해 놓은 듯했다. 나무 위에 박힌 작은 점이 나무임을 살짝 고백할 뿐이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은 1974년에 조성됐다. 자작나무는 북유럽에 많이 서식하는 침엽수다. 한국에서는 북한에 많이 분포한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관광과 조경을 위해 설치된 한국 최대의 서식지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중심으로 인근에는 첨단 자동차 문화의 꽃인 모터스포츠의 아성, 인제 스피디움이 있고, 진부령의 정상에 있는 용대리에는 한국 최대의 황태 덕장이 있다. 덕장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에는 매바위가 있어 빙벽 등반의 백미를 제공한다. 서울에서 멀리 있지 않은 곳에 하루 동안 강원도의 다양한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인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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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대리 자작나무 숲
서울에서 출발하면 2시간 안에 도착한다. 비교적 짧은 시간 탓에 강원도일까 하고 생각하지만, 주변의 높은 산과 우거진 수풀이 강원도임을 알려준다. 자작나무 숲은 가족과 연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자작나무 숲이 빚는 아름다움과 정취는 추억을 쌓기에 알맞다. 때론 삼삼오오 동무들이 함께 길을 걸으며 셀카로 정다움을 나누고 있다. 사람이 많이 찾는 탓인지 초입에는 여러 주차장이 잘 정비되어 있어 손님을 맞는다.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절경을 담고, 추억을 쌓느라 2시간 이상을 숲속에서 즐길 수밖에 없다. 중간 지점에 있는 아름드리 자작나무 숲에 다다르면 딴 세상에 온 듯하다. 굵고 긴 자작나무가 하늘을 빼곡히 채워 놓은 모습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게다가 눈과 하나가 되면 시공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을 혼미(?)하게 만든다. 연인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길을 가다 ‘쪽쪽’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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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스포츠의 아성 인제 스피디움
자작나무 숲 10㎞ 정도 앞에 인제 스피디움이 있다. 2013년에 개장한 인제 스피디움은 용인 AMG 에버랜드 스피드웨이(1994년), 태백 스피드웨이(2003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2010년)에 이은 네 번째 자동차 테마파크다. 서울에서 가까워 한국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인 CJ슈퍼레이스를 비롯해 현대 N 페스티벌이 열린다. 특히 6, 7월에 열리는 CJ슈퍼레이스는 야간 대회로 치러져 ‘나이트 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전 구간에 조명을 켜고 시속 250㎞의 굉음을 내고 달리는 스포츠카를 보면 막혔던 체증이 순식간에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다. 개인 차량을 등록하면 서킷에서 스피드를 즐길 수 있어서 자동차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또한 인제 스피디움이 서킷뿐 만 아니라 리조트로 주목받는 이유는 5성급 호텔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서킷에 호텔과 리조트가 붙어 있어 레이싱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호텔에 투숙한 후 레이싱은 물론 강원도의 여기저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인제 스피디움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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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대리 황태덕장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서 북쪽으로 30여 ㎞ 떨어진 곳에 진부령이 있고, 진부령 정상 인근에는 용대리가 있다. 용대리는 예부터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황태를 만들기에 최적인 곳이다. 지금도 수만 마리의 명태가 덕장에 걸려 있어, 황태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진부령의 정상이 529m이기 때문에 용대리는 황태는 물론 고랭지 채소를 가꾸는 데 정평이 난 곳이다. 강원도 깊은 계곡에서 어부는 물론 농부들이 땀 흘려 일하는 것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눈앞에서 근면의 의미와 강원도의 화려한 산수를 즐길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바로 그곳이 용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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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리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에 매바위가 있다. 하천 옆에 있는 매바위는 장관을 자랑하는 인공폭포로 유명해졌지만, 최근에는 빙벽 등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겨울이 되면 40여 m의 폭포는 꽁꽁 얼어붙어 아름다운 빙벽으로 모습을 바꾼다. 전국에서 암벽 등반가들이 찾으며 겨울의 명소가 됐다. 높지 않기 때문에 빙벽을 처음 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본격적인 암벽 등반에 앞서 훈련하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매바위 빙벽은 전문 등반가들은 물론 아마추어도 즐길 수 있는 안성맞춤의 빙벽이다. 아래에서는 아버지가, 빙벽의 중간에서는 딸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프로 클라이머의 꿈을 다지고 있다.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자작나무 숲을 중심으로 계획만 잘 세우면 하루에 스포츠와 낭만을 동시에 즐길 수가 있는 곳이 인제군이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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