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리스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발암유발자로 등극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의 엄마 정미희 역 박지아.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연진아, ‘더 글로리’ 최강 빌런은 네가 아닌 나 동은 엄마야”

지난 10일 공개 직후 단숨에 글로벌 2위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최강 빌런은 누구일까. 고데기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에게 영원히 남을 상처를 안긴 박연진(임지연 분)을 넘어서는 분노 유발자가 파트2에 등장해 시선을 끈다. 바로 동은의 친모 정미희 역의 박지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박지아의 존재감은 파트1부터 차근차근 빌드업됐다. 학교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딸의 학교생활은 안중에도 없던 그는 가해자 연진의 모친 홍영애(윤다경 분)가 건넨 몇 푼 안되는 돈에 딸의 자퇴서류를 조작하며 동은의 ‘인생 첫 가해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돈과 함께 딸의 인생에서 사라졌던 정미희는 파트2에서 아예 연진의 손을 잡는다. 요란한 오렌지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과 알코올 중독으로 초점을 잃은 흐리멍덩한 눈빛과 함께 딸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 돌아왔다.

정미희의 역할은 연진의 고데기 그 이상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부끄러움을 유발하는 행색은 둘째 치고 동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로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교사인 딸의 학교 학부모들에게 대놓고 촌지를 요구한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희 같은 것들은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인데, 넌 왜 딴 데 와서 따질까”라는 박연진의 조롱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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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파트1에서 비교적 멀쩡한 모습의 박지아. 제공 | 넷플릭스

정미희의 비중 자체는 파트 1, 2를 모두 합쳐 10~20%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임팩트는 200% 이상이다. 혀가 꼬부라진 채 “천륜을 어떻게 끊어?”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칼이나 가위를 찾아 천륜을 끊고 싶은 느낌이 절로 든다. 웬만한 알코올 중독자 못지 않은 광기 어린 모습에 몸서리 치게 된다.

결국 정미희는 주구장창 외치던 ‘천륜’으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히는 반전을 맞이한다. 동은은 “이건 나만 할 수있는 거야. 내가 엄마의 유일한 핏줄이니까”라는 말로 ‘천륜’을 역이용해 모친에 대한 복수를 강행한다.

정미희 역을 연기한 배우 박지아는 1972년생으로 극단 차이무 출신이다. 차이무는 명계남,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이성민, 강신일, 박원상, 문소리, 전혜진 등 현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연기파 배우들의 산실로 꼽힌다.

2002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2007년 장첸, 하정우 주연 영화 ‘숨’(김기덕 감독)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크고 작은 영화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았다.

특히 공포물에서 맹활약해 영화 ‘기담’, ‘곤지암’ 등의 작품에서 귀신 역으로 소름끼치는 긴장을 선사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KBS2‘붉은 단심’, JTBC ‘클리닝업’ 등에 출연하며 시청자와 거리를 좁히고 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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